[인천공항 첫 착륙]"세계 유수 공항과 손색없다"

  • 입력 2000년 10월 17일 18시 36분


"여기는 관제탑, 인천국제공항에 처음 착륙하는 것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여기는 KE131T, 착륙을 허가해주십시오."

"현재 고도는 1830m입니다. 250노트(시속 460㎞)로 접근해 내려주십시오."

17일 오전 10시20분. 인천 영종도 앞바다를 통과하던 대한항공 KE131T편(보잉 747-400, 381석)은 관제탑으로부터 착륙허가를 받고 인천국제공항 북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김포공항을 출발한지 15분. 잔잔한 하늘 탓인지 기체는 흔들림없이 기수를 낮출 수 있었다.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과 활주로가 한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비행기는 거센 바닷 바람을 안고 미끄러지듯이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활주로에 비행기 바퀴가 닿는 순간 약간의 요동이 있었으나 활주로 노면 상태가 좋아서 그런지 이내 사라졌다. 순간 기내는 무사 착륙을 축하하는 탑승객 83명의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1992년 영종도 방조제 공사를 시작으로 인천국제공항이 착공된 이래 사상 최초로 민간 여객기가 착륙하는 순간. 시계는 오전 10시2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활주로에 내린 비행기는 활주로 계류장을 따라 서서히 움직여 24번 게이트에 도착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공사 직원들은 안상훈(安祥勳·45)기장과 승무원들에게 화환을 증정했다. 가상 승객들은 미리 받은 여권과 입출국신고서를 들고 가상 입국 심사를 받고 수하물을 찾았다. 걸린 시간은 5분 남짓.

안기장은 "활주로에 바퀴가 닿는 터치다운 느낌과 각종 유도 장치 운영이 세계 유수 공항과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다"며 "공항 북쪽 공역(空域)이 남북접경지역과 가까워 자유롭게 이착륙할 수 없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천=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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