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터미널 예정 부지 앞에 초중고교가 다 몰려 있어요. 터미널이 들어서면 하루에도 버스 수백대가 몰려들텐데 애들 수업이 제대로 될 수 있겠어요. 주변 환경이 나빠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죠.”
서울시가 지난달말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상봉터미널을 폐쇄하는 대신 대체 터미널을 마련할 때까지 묵동 29 일대 화랑대역(지하철 6호선) 주차장 부지 9673㎡에 임시 터미널을 건설하기로 결정하면서 신내동 주민들의 반발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새 터미널 건설이 앞으로 3∼5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그 기간 동안 이곳에 임시 터미널을 운영하기로 한 것.
김씨는 임시 터미널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당초 상봉터미널을 이용하는 승객 대부분은 중간 정류소가 있는 지하철 4호선 수유역 앞에서 타고 내리죠. 실제 종점인 상봉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승객은 거의 없어요.”
수유역 앞에서 타고 내리는 승객들의 ‘오랜’ 관행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텐데 수유역 앞 정류소를 거쳐 멀리 떨어진 임시 터미널까지 오고갈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급기야 이곳 주민들은 ‘임시 터미널 설치반대 위원회’를 결성, 본격적인 서명 운동에 나섰다. 조금환 위원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도 없이 임시 터미널 설치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민들의 터미널 이전 반대 서명운동은 신내동뿐만 아니라 터미널 예정 부지 인근 효성아파트 주민들에게로 확산되고 있다.
85년 처음 문을 연 상봉터미널은 한때 하루 평균 이용객이 2만명이 넘는 등 호황을 누린 적도 있었으나 88년 이후 시외버스 승객이 급감하면서 최근 들어 하루 수송 인원이 3000명선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터미널 사업자인 ㈜신아주는 연간 5억원이 넘는 경영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97년말부터 서울시에 사업자 등록 반납과 터미널 폐쇄를 요구해왔다.
주민들의 반발 움직임에 대해 서울시는 “이용객이 줄긴 했어도 하루 3000명이 이용하는 터미널을 없앨 수는 없지 않느냐”며 “임시 터미널은 상봉터미널에 비해 규모도 훨씬 줄어든데다 주택 밀집지 및 학교와는 폭 22m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우려한다면 버스는 터미널 안쪽에 배치하고 별도의 방음벽을 설치하는 대안도 강구 중이라는 것.
중랑구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번 농수산물 시장을 유치하려던 계획도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인근 경기 구리시에 뺏긴 적이 있었다”며 “터미널 이전은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