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김삼락씨(61)는 자신의 현역 및 지도자 시절 모아온 선수 유니폼과 축구화, 트로피, 기념 페넌트, 자료사진, 포스터 등을 한데 모아 이색적인 축구 카페 ‘업사이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자리잡은 곳은 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 풍동 카페촌(일명 애니골). 인근의 50여개 업소 중에서도 이 카페는 축구를 소재로 한 독특한 인테리어 때문에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일대는 유명했던 백마 카페촌이 신도시 개발로 문을 닫으면서 형성된 신생 카페촌이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만 해도 축구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죠. 월드컵이 코앞인데 우리는 변변한 축구기념관 하나 없어 내가 한번 해보자는 마음에 시작했어요.”
문을 연 지 꼭 1년이 됐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축구팬의 발길이 그리 잦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축구와 한평생을 보낸 그의 오랜 ‘축구동반자’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이 때문에 이 곳을 찾는 축구팬들은 서정원 강철 이임생 선수는 물론 이회택 감독 등 현역 선수에서 유명한 지도자들까지 만나는 행운을 잡을 수도 있다. 99년 10월 카페를 시작할 때부터 수백 점의 축구 관련 소품들이 카페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내년에는 3층 건물 중 아예 1개 층을 전시실로 꾸밀 계획이다. 갖고 있는 소품들만 수천 점이라 내부를 전시관으로 개조하면 훌륭한 축구전시관이 될 것이란 게 그의 설명.
연대별로 사진과 포스터 등을 전시할 계획이지만 50년대 자료는 그가 59년 청소년 대표로 세계대회에 출전하기 직전 이승만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유일해 축구협회 등을 통해 자료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이 곳에 축구카페를 시작하면서 아예 1층은 살림집으로 꾸며 아내 송석남씨(51), 아들 대훈군(19)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대훈군은 아버지의 모교인 서울 동북고 축구선수로 최근 브라질 축구연수를 마치고 귀국, 아버지 못지 않은 축구 스타를 꿈꾸고 있다. 61년 연세대 교육학과에 입학했지만 졸업장을 받지 못했던 그는 98년 4학년 1학기로 복학, 99년 7월 38년 만에 학사모를 쓰는 집념을 보이기도 했다.
현역과 지도자 생활을 모두 마쳤고 환갑을 넘긴 그이지만 축구에 대한 애착은 현역 선수 못지 않게 뜨겁다. 지역에서 축구교실을 열어 꿈나무를 육성할 계획도 추진 중이고 선수는 물론 트레이너 심판 등 축구와 관련된 전문가를 키워내는 축구대학도 구상 중이다.
그는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축구를 위해 내 인생을 불태울 것”이라며 “지도자 생활도 마쳤지만 마음은 언제나 축구화를 신고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