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信金 대주주 벤처사장, 수백億 불법대출 파문

  • 입력 2000년 10월 21일 19시 08분


젊은 벤처기업 사장이 기업을 사들일 목적으로 본인 소유의 신용금고를 ‘사금고’로 악용해 수백억원을 불법으로 대출받고 벤처기업 소액주주의 주식을 횡령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로인해 예금자와 주식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고는 코스닥 주가가 폭락함에 따라 드러난 것으로 금융계는 앞으로 이와 유사한 금융사고가 빈발할 가능성이 크며 코스닥시장에 더욱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코스닥 등록업체인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사장(32)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서울의 동방상호신용금고와 인천의 대신상호신용금고로부터 677억원을 불법으로 대출받은 혐의를 확인하기위해 특별검사를 벌이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또 정사장이 평창정보통신을 공개매수한다며 이회사 개인주주로부터 예탁받은 50만주를 대출받는데 담보로 제공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금감원은 현재까지 밝혀진 대주주 대출은 114억원이며 앞으로 1주일간 수표추적등 검사를 더 벌인 뒤 늦어도 30일경 검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대출액수가 최소한 4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동방금고 직원 및 일부 고객이 사설펀드를 만들어 장외기업인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매입한 뒤 주가가 폭락하자 금고 돈으로 시세보다 3배가량 높게 사줘 총14억9400만원의 부당이득을 얻도록 했다.

정사장이 대주주인 인천의 대신금고는 장외주식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9월18일 평창정보통신 주식 33만주(시가36억3000만원)를 매수한 뒤 9월말경 정씨에게 무상으로 인출해 넘겨줬다. 또 대주주(지분율 44.9%)인 정씨에게 9억원을 대출한 것도 확인됐다.

금감원 김중회 비은행검사1국장은 “현재까지 드러난 불법사항만으로도 업무상배임에 해당돼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으로 동방과 대신금고에서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할 경우엔 영업정지를 취할 방침이다.이날 서울 강남의 동방금고 본점에는 수백명의 예금주가 몰려와 예금인출을 요구했다.

한국디지탈라인은 이 여파 등으로 21일 신한은행과 주택은행에 만기가 돌아온 14억9000만원의 기업어음(CP)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부도를 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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