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는 폐막됐지만 아셈은 서울에 남았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주변엔 아셈을 기념품처럼 상호에 담아둔 술집과 음식점 유흥업소가 즐비하다. 외국정상을 맞기 위해 깨끗하게 단장된 도로도 아셈이 서울시민에게 남긴 것들.
하지만 기대했던 쇼핑특수는 생기지 않았고 삼엄한 경비탓에 회의장 주변의 상점들이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아셈이 남긴 것〓서울시내 전역의 도로 68곳이 깨끗이 단장됐다. 74㎞나 되는 울퉁불퉁하던 노면이 고르게 정리됐고 흐릿하던 차선도 선명하게 칠해졌다. 수준 높은 국제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아셈 컨벤션센터도 생겼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천문학적 홍보효과를 본 곳으로 아셈본부호텔인 인터컨티넨탈호텔을 빼놓을 수 없다. 18일 리셉션부터 시작, 오찬 만찬 정상회담을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세계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안토니오 자모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총지배인은 “우리 호텔이 세계 최정상급의 행사를 치러낼 수 있는 곳임을 알린 최고의 잔치였다”고 흥분했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 회의기간 중에 실시된 자동차 짝홀수제에 95%가 넘는 운전자들이 참여하고 원활한 회의진행을 위한 통제에도 잘 따랐다.
▽부담도 컸다〓아셈 특수를 기대했던 회의장 주변 백화점과 상가는 외국방문객의 쇼핑특수가 기대에 턱없이 못 미쳤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경비병력 투입과 교통통제 때문에 내국인 손님까지 줄어 아쉬운 입맛을 다셔야 했다.
회의장에 인접해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명품매장을 단장하고 토산품과 전통식품 등 기념품특설매장까지 개설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외국인 대표단들의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인지 기념품 매장에조차 들르는 이들이 별로 없었다”며 매출이 15%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인근 식당가와 상가 술집들도 울상을 지었다. 다만 경비병력이 1만5000여명이나 집중된 덕에 LG 25 무역센터점의 매출이 30% 느는 등 인근 편의점만 이들의 ‘휴게공간’으로 반짝 특수를 누렸다.
경찰력이 아셈에 집중된 탓에 서울시내 사무실과 주택가엔 떼도둑과 강도가 활개를 치기도 했다. 시 전역에서 무리하게 도로공사를 강행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높았다.
<박정훈·박윤철기자>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