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셈/검소한 정상과 부인들]대통령이 직접 다림질

  • 입력 2000년 10월 21일 23시 15분


21일 막을 내린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한 각국 정상과 그들의 부인들 중에는 검소하고 서민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의전이나 격식을 따지지 않는 이들의 소탈한 모습은 경호 의전 관계자와 호텔 직원 등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르네상스호텔에 묵은 타르야 카리나 할로넨 핀란드대통령(57·여)은 본국에서 자신이 사용하던 다리미와 다리미대를 들고 와서 객실에서 직접 옷을 다려 입었다. 할로넨 대통령은 또 “전문 미용사가 대기하고 있다”고 호텔측이 안내했으나 “내 머리 손질은 내가 한다”며 사양했다. 치약도 호텔에서 제공한 것을 쓰지 않고, 자신이 가져온 여행용을 끝까지 짜서 썼다.

같은 호텔에 머문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의 부인 아니카 여사도 남편의 옷을 호텔내 세탁부에 맡기지 않고 다리미와 다리미대를 호텔측에 부탁해 직접 다렸다.

웬 만 컴 베트남부총리의 부인 웬 바크 투에트 여사(66)도 “빨랫감이 많지 않아 호텔에 세탁물을 맡길 이유가 없다”며 객실에서 손수 본인과 남편 옷을 세탁했다. 직업 외교관 출신인 웬 바크 투에트 여사는 방을 나설 때는 비누 화장지 등 일회용 비품도 가지런히 정리해 평소 절제된 생활이 몸에 배었음을 느끼게 했다. 아니카여사와 웬 바크 투에트 여사는 틈을 내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 등 재래시장을 찾아가 옷감을 고르는 등 알뜰 쇼핑도 했다.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와 루이 미셸 벨기에 부총리 등이 묵은 리츠칼튼호텔 세탁부 관계자들은 “정상과 수행원의 세탁물 가운데 소매 끝이 해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고 감동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신라호텔에 묵고 있는 주룽지(朱鎔基)중국총리는 호텔측이 방문 기념으로 마련한 전통 수공예품인 시가 15만원 상당의 자개보석함을 받기를 거절했다. 주총리는 “부정 부패 척결과 개혁을 주도하는 내가 개인 선물을 받을 수 없으니 마음으로만 받겠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덴마크 스웨덴 포르투갈 등 상당수 유럽 정상들은 이번에 수행원 3∼5명만 대동한 채 민항기로 서울에 왔다 돌아가는 등 ‘실무 외교’를 펼쳤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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