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남매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53년 휴전과 함께 유엔사에 배속돼 한국에 온 파파조이 장관의 부친 알렉산더 파파조이스 중령(94년 작고)이 김씨를 양아들로 삼았기 때문. 김씨는 그리스정교회 신부이던 부친이 6·25 때 북한군에 끌려가 돌아오지 못하게 되자 교회에서 혼자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고, 교회에서 김씨를 만나게 된 파파조이스 중령이 그를 양아들로 삼은 것.
김씨는 그 후 장군으로 진급한 파파조이스 중령의 도움을 받아 외무부 국비장학생으로 그리스 아테네대학에 유학했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철학박사 과정도 마쳤다. 김씨는 귀국해 26년간 주한 그리스대사관 명예영사로 있다가 몇년 전 은퇴했다.
서울 ASEM에 정상대행으로 참석한 파파조이 장관은 차기총리로까지 거론될 정도로 그리스 정계에서 장래가 유망한 정치인. 두 사람은 이날 밤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감격의 해후를 했다.
파파조이 장관은 “처음 찾는 한국에서 누구보다도 양오빠를 만나고 싶었다”면서 “우리의 선친들은 모두 북한 때문에 불행을 겪었지만 이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그리스도 유럽연합(EU)과 보조를 맞춰 북한과의 수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