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32)이 금감원 간부에게 수억원을 제공하고 주식도 헐값에 건넸다고 주장한 데 이어 로비대상 금감원 간부와 정치인들의 리스트를 폭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확인된 금감원 국장 거액 뇌물수수설〓금감원은 장내찬 금고담당국장(비은행검사1국장)이 1억원을 평창정보통신 주식에 투자했다가 주가가 폭락하자 동방신용금고로부터 손실을 불법적으로 보전받은 혐의가 있다고 23일 밝혔다.
특히 정사장은 23일부터 이경자 동방신용금고 부회장(56·지분 11%)을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 사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정사장은 이부회장을 통해 3억5000만원을 장국장에게 입금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유일반도체 신주인수권부채권(BW)을 통해 10억원이 금감원 직원에게 전해졌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부회장은 이에 대해 "주식과 돈을 금감원 직원에게 건넨 적이 없으며 금감원 사람은 알지도 못한다”고 전면부인했다.
금감원 국장은 물론 임직원은 규정상 주식투자를 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런데도 정사장이 평창정보통신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만든 사설펀드에 장국장이 1억원이나 투자했다. 도덕적 해이 현상이 금융기관 임직원뿐만 아니라 금감원에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불법행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춘원 조사총괄국장은 정사장을 시세조종혐의로 검찰에 통보했다는 사실에 대해 "관례상 확인해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사건의 진상은〓현재로서는 벤처사업가인 정사장과 사채업자이기도 한 이부회장이 코스닥시장을 이용해 돈을 벌려다 코스닥주가가 폭락하면서 큰 손해를 보게 되자 다툼이 생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 현직 국장이 이번 사건과 연루되어 있고, 정사장과 이부회장이 평소에 청와대 고위층 등 정 관계 인사와 친하다는 것을 과시하고 다닌 점이 밝혀짐에 따라 사건은 고농도의 휘발성을 띠게 됐다.
정사장에 대해선 금감원이 KDL 주가조작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정사장이 22일 청와대 사직동팀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
아직 금감원의 검사가 진행 중이어서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신용금고 업계와 코스닥시장은 물론 정 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시한폭탄이 될 공산이 크다.
▽동방금고 등 대출금 677억원 어디로 갔나〓금감원은 동방(650억원) 대신(27억원)에서 정사장 등 대주주에게로 677억원이 대출된 혐의를 잡고 특별검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114억원만 확인됐다. 아직도 불법대출된 동방금고의 자금 중 450억원 이상이 현재까지 어디로 흘러갔는지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사장은 이에 대해 "이부회장으로부터 150억∼200억원을 빌렸을 뿐이며 동방금고 대출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부회장은 "동방금고 대출은 정사장과 유조웅 동방금고 사장이 한 일이며 자신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검사 결과와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해보면 677억원 중 150억∼200억원은 정사장 쪽으로 갔지만 나머지는 안개 속에 싸여 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