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활동도 경제논리에 맞게 추진돼야 한다. 시민단체의 도덕성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협력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자유기업원 민병균 원장)
재계와 시민단체가 21세기에 바람직한 기업경영 모델과 상호 협력방안을 찾기 위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머리를 맞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시민단체협의회가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기업과 시민단체간 협력 촉진을 위한 과제’ 세미나.
기업개혁 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대립했던 ‘전력(前歷)’ 탓인지 회의 초반에는 다소 어색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토론이 계속되면서 상대방의 고유영역을 인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참석자들은 재계와 시민단체 모두가 ‘국민경제 발전’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좇고 있음을 확인했다.
시민단체측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근식 이사장은 “기업경영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와 행정”이라며 “기업과 시민단체가 나서 민간 중심의 개혁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해 재계 관계자들을 고무시켰다. 그러나 이이사장은 “이익은 총수 혼자 독차지하고 손해는 국민에게 떠넘기는 재벌의 잘못된 행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기업측의 자체 개혁을 촉구했다.
재계를 대표한 민병균 원장은 “시민단체의 활동이 경제에 바탕을 두지 않은 채 이뤄질 경우 정부 규제가 심화되고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려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가져온다”며 기업고충을 좀더 배려해줄 것을 주문했다. 또 양자간의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정기적인 대화 채널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시민협 서경석 사무총장은 “최근 기업의 공익활동이 증가하고 시민단체도 기업의 경영마인드를 도입하는 등 서로 상대를 닮아가는 수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 이형만 상무는 “시민단체들도 내부 민주주의의 확립과 전문성 제고, 시장 경제체제에 대한 이해 확대 등에 좀더 신경을 써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몇몇 민감한 현안에 대해 시각차가 노출되기도 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의견이 엇갈린 부분도 있었지만 각자 할말을 하고 상대방 주장을 경청하면서 협력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