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외국인 "서울 레저공간 늘리고 시민의식 높여야"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8시 49분


《새천년 서울은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서울시와 외국인투자자문회의(FIAC)가 24일 조선호텔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국제세미나’에 참석한 주한 외국인들은 자신이 느낀 소감을 한마디씩 쏟아냈다》

“14년 동안 종로구 평창동에 살고 있는데 뛰어난 그린벨트 녹지공간에 매료됐어요. 그런데 2, 3년 전부터 이 지역에 14층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서울의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아름다운 도시 관리로 정평이 난 프랑스 파리나 영국의 에든버러를 한번 방문하라고 권하고 싶군요.”

16년간 서울에서 살면서 ‘서울사람’으로 자처하고 있는 영국인 가빈 매케이 ‘유니코’ 부사장의 눈에 비친 서울의 ‘난(亂)개발’은 믿어지지 않는 듯했다. 매케이 사장은 또 “교통량을 줄이는 것이 대기오염 감소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그러기 위해선 ‘차량 없는 지역’을 선포하든지, 며칠 전 막을 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 때 시행했던 자동차 짝홀제를 확대 시행하는 것도 검토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스위스의 주부 클라우디아 클리는 “82년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연탄으로 인한 대기오염과 불친절한 택시 등으로 불편했는데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몇몇 택시 운전사들은 길가에 선 외국인들을 보면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 영어를 하기가 두려워 그런 것 같다”고 서울 사람들의 ‘외국인 기피증’을 꼬집었다. 클리씨는 또 “아시아의 다른 나라처럼 서울에서도 ‘디스커버리’나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좋은 케이블 TV를 시청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기초 질서에 대한 시민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미국인 질 겜멜 ‘포커스’ 회장은 “길거리에서 침을 뱉지 말고 금연구역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의 생활상 제약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미국인 피터 바솔레뮤 IRC 부사장은 “오랜 유교사회의 전통으로 레저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깊다”며 “골프는 물론 수상스포츠 등 다양한 레저시설을 활용할 공간이 부족하며, 특히 많은 종류의 영어서적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서점이 별로 없다”고 아쉬워했다.

독특한 미각으로 잠재력을 갖춘 한국의 음식문화에 대한 마케팅 부족을 꼽는 이도 있었다.

미국 음식비평가인 앤드루 샐먼은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갈비를 비롯해 김치 된장 고추장을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며 “잠재력이 있으면서도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마케팅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샐먼씨는 “서울 등 지방자치단체가 세계 각국의 음식담당 기자나 방송인, 식당 경영인들을 초청해 널리 알린다든지 로드쇼를 개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서울의 삶의 질 비교표
도시/항목범죄예방안전교 육대기질환 경경 제기반시설교 통기 술준 법통 신총 계
싱가포르 6 7 4 5 5 8 6 8 7 8 64
도 쿄 8 7 3 4 5 7 5 7 6 6 58
서 울 9 7 2 2 5 6 4 7 6 6 54
홍 콩 6 6 1 2 7 6 5 7 6 7 53
타이베이 6 6 2 2 4 6 4 6 6 5 47
뉴 욕 4 8 5 5 9 8 6 9 7 9 70
로스앤젤레스 4 9 4 7 8 9 6 9 7 9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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