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게이트]이경자씨 불법대출 형태

  • 입력 2000년 10월 28일 05시 33분


‘자기이름으로 된 통장하나 제대로 없는 사채시장의 큰손’인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56)부회장. 그가 신용금고를 주무르며 수백억원을 불법대출할 수 있었던 것은 차명계좌 때문에 가능했다.

서울지검 이기배(李棋培)3차장은 27일 “이부회장의 오른팔이었던 S팩토링 이사인 원응숙씨가 넘긴 10명의 차명계좌가 자금세탁에 동원됐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에 있는 S팩토링은 금융감독원에 허가는 물론 사업자등록도 되지 않은 사이비 금융기관.

25일 이후 검찰에 소환된 예금주들은 “이름만 빌려주면 100만∼200만원 가량을 준다기에 별뜻 없이 넘겨줬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금융감독원 김중회(金重會)금고검사국장도 25일 이씨가 철저하게 차명계좌를 중심으로 자금거래를 하는 바람에 21일 금감원의 중간발표에 이씨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국장은 또 “이부회장이 동방금고에서 사용한 계좌는 유조웅(柳照雄·미국도피중)사장 말고는 실무 직원조차 알지 못하게 할 정도로 극비리에 거래됐다”고 말했다. 유사장은 미국으로 도피하면서 관련 자료를 빼돌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동방금고가 ‘원금 보장’을 약속하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설펀드에도 어김없이 차명계좌가 사용됐다. 유사장은 부인 친구인 김모씨의 계좌를 본인 몰래 만들어 7억5000만원을 직접 관리했다. 잠적중인 금감원 장래찬(張來燦)전 국장의 1억원짜리 계좌도 이곳에서 발견됐다.

계좌의 주인인 김씨는 27일 기자와 만나 “중고교 동창에 20년간 등산을 같이 해 온 유사장의 부인이 지난해 남편이 좀 필요하다고 하니 주민등록증을 복사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해 별생각 없이 넘겨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김승련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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