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정선 '스몰카지노' 첫날 5천명 북적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8시 32분


폐광촌 카지노 밤새 북새통
폐광촌 카지노 밤새 북새통
국내 최초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 정선군 고한읍 ‘스몰카지노’에 개장 첫날인 28일 5000여명의 고객이 몰려드는 등 성황을 이뤘다.

카지노 운영업체인 ㈜강원랜드는 28일 오후 3시부터 29일 오전 6시까지 이 카지노장에 입장한 고객은 3489명이라고 밝혔다.

또 정원 초과로 입장하지 못한 채 대기표를 받은 고객이 1400여명이었으며 대기표를 받지 못한 고객도 상당수 있었다. 일요일인 29일에도 전국에서 수천여명이 찾아와 객실 199개인 카지노 호텔은 물론이고 이 일대 여관을 꽉 채워 숙박시설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첫날과 둘째날 모습▼

28일 오후 3시 첫 개장한 카지노에는 예상보다 3배 가량 많은 5000여명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등지에서 몰려들었다. ‘내국인 출입 카지노’ 열풍이 이 폐광지역에 불어닥친 것이다.

강원랜드측은 고객들이 밀려들자 개장 5시간 만인 이날 오후 8시경 입장권 발매를 끝으로 출입을 통제했다. 카지노장 안에 들어가지 못한 나머지 고객들은 발길을 돌리지 못한 채 늦은 밤까지 주변을 서성거렸다.

이날 카지노 호텔을 비롯해 고한과 사북지역 여관들의 객실이 몰려든 외지인들로 인해 일찌감치 동이 나 인근 태백 시내 여관까지 호황을 누렸다.29일 0시경 650명 정원인 카지노 객장에는 1500여명의 고객들이 남아 자리가 모자라자 선 채로 ‘바카라’ ‘블랙잭’ ‘룰렛’ 등의 게임기에 돈을 걸고 있었다.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40, 50대. 짙은 담배연기 속에 심각한 얼굴로 슬롯머신 게임기에 돈을 집어넣던 40대 남자는 지갑에서 2만∼3만원씩을 끄집어내다 결국 마지막 지폐까지 털어 넣고는 고개를 떨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같은 안타까운 모습을 보인 고객이 대부분이었으나 이따금 환호성도 들렸다.

2명의 고객은 가장 액수가 높은 슬롯머신의 ‘메가 잭폿’에 당첨돼 각각 1265만원과 1290만원을 받기도 했다. 이날 투입된 50명의 딜러는 짧은 경륜에도 불구하고 무난하게 게임을 이끌어나갔다는 평을 들었다.

▼문제점▼

개장 10시간도 안돼 480대의 슬롯머신 기계 중 40여대가 망가져 기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객 서비스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객 김모씨(45·서울 동작구)는 “담당 기술자가 기계가 고장난 것을 확인하고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한시간이 넘도록 사과나 환불은커녕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환전창구도 비좁아 한때 수표를 바꾸느라 1시간20분을 기다리는 소동이 빚어졌다.으며 그나마 몇 명 안되는 외국인은 달러 바꾸기에 지쳐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카지노에는 폐광지역 주민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당초 강원랜드측은 카지노가 폐광지역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 주민의 출입을 제한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나 이날 실제로 이들의 출입을 통제하지는 않았다.

▼주민반응▼

해발 1100m에 들어선 카지노장을 바라보는 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해 기대감을 보였다. 박유준(朴有俊·54)고한상설시장 조합장은 “95년에는 이곳 상가 93개소 중 대부분이 팔려고 내놓았으나 매수자가 전혀 없었는데 지금은 상가를 내놓은 사람이 별로 없고 2000만원 하던 상가가 현재 6000만원 선으로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송재범(宋在範·44)고한사북남면지역살리기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카지노 개장은 일단 성공적이라고 판단되나 강원랜드 임원진 등 핵심 간부급에 지역 인사가 포함되지 않고 산업자원부나 여권의 나눠먹기식 인사로 이뤄진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선〓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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