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대교 개통]'마음의 체증'도 확 뚫렸어요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9시 12분


서해대교 서쪽 끝 충남 당진군 송악면에서 9대째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심상욱(68·사진) 박순월씨(66) 부부는 29일 아침 해뜰 무렵 서해대교에 올랐다. 서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이날따라 유난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서해대교 개통 기념 행사가 열리기 전 심씨가 다리에 오른 것은 그들에게 서해대교가 단순한 볼거리나 두 지역을 잇는 교통수단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울~당진 40분이상 단축◇

"서울에 사는 세 아들과 우리 내외를 쉽게 연결해주는 다리가 서해대교지요. 농번기 때마다 농사일만 실컷 하다 서울로 돌아가는 아들 내외가 안쓰러웠는데 이제 귀경길이나마 편안하게 뚫려 마음의 짐을 덜었습니다."

그의 네 아들 중 셋은 서울에 산다. 추수와 모심기 때면 농사일이 생소한 며느리까지 내려와 일을 돕고 간다. 자녀들이 서울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삽교천 방조제∼인주사거리∼아산만 방조제를 거쳐 서울로 가자면 주말에는 4시간도 넘게 걸렸다. 이제 평택∼당진 구간이 직통으로 연결돼 이 지역 교통체증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평일 서울∼당진 구간도 40분 이상 단축돼 1시간 20분이면 통과할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 수원∼천안 구간 교통량도 서해안 고속도로로 흡수돼 경부선의 숨통을 틔워주게 됐다. 어린 시절 염전과 포구만 있던 고향이 서해안 시대 중심지로 자리매김된 것도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해준다.

“60년대까지만 해도 군내 오지에서 서울까지 가려면 8시간이 걸렸지요. 차라리 인천까지 가는 뱃길은 3시간밖에 걸리지 않아 친척들이 대거 인천으로 이사갔습니다.”

◇'더욱 가까워진 이웃' 기대◇

도로보다 손쉬운 뱃길 덕분에 당진군 주민들은 인천에 친척이 많다. 재인천 당진군민 회원만 22만명으로 당진군민 12만명보다 더 많다.

심씨는 다음 주말 손자가 찾아오면 “서해대교는 할아버지 손을 거쳐 만들어진 다리”라고 자랑할 작정이다. 자신이 서해대교 건설공사 명예감독관을 맡았기 때문이다. 명예감독관은 주민의 입장에서 공사를 관리 감독하는 자리. 송악IC에서 전대리 방면으로 가는 도로 포장을 요청해 시공사인 LG건설에서 무상 시공토록 한 것도 그의 보람이다.

심씨는 “새로 이웃을 사귀며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그에게 서해대교는 이웃과 자녀들을 함께 데려다주는 통로인 셈이다. 한편 주민들은 평택항의 관문인 서해대교 개통이 이 곳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명규 송악면장은 “우리밀 먹을거리 장터를 만들고 한진항은 갯벌 조개잡이 관광지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의욕을 내비쳤다.

◇행담도, 해양레저 단지 탈바꿈◇

◇174,000평 2004년 개장◇

서해대교 가운데 있는 약 7만평의 조그만 섬 행담도(行淡島)가 해양레저관광단지로 탈바꿈한다.

70년대까지 준치와 삼치를 잡으며 14가구만 살던 한적한 섬이 서해안 시대 중심 관광지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는 것. 기존 섬 6만9000평에 매립지 10만5000평을 합쳐 17만4000평에 2004년까지 해양수족관과 호텔, 해양생태공원, 놀이시설 등이 들어서 서해안의 휴양레저단지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돌고래쇼장, 파충류원, 조류원, 식물원 등 다양한 볼거리에다 실내 눈썰매장과 실내 해수욕장도 마련된다.

이미 주민 이주가 마무리됐으며 연말까지 1차로 휴게소와 주차장, 서해대교 관리센터, 충남도 홍보관이 들어선다.

행담도 해양관광레저단지 조성사업은 한국도로공사와 싱가포르 이콘(ECON)사, 현대건설이 합작으로 설립한 ‘행담도 개발’이 맡고 있다. 1650억원의 외자를 포함해 모두 2470억원을 2004년까지 단계적으로 투입한다. 지분은 도로공사 10%, 이콘사 63.9%, 현대건설 26.1% 등이다. 자동차로 서해대교를 건너면서 아쉬운 것은 1.27m나 되는 난간대(방호벽) 탓에 달리는 차안에서 평택항의 전경을 내다볼 수 없다는 것. 그러나

다리 중간의 IC를 통해 행담도로 내려가면 평택항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눈맛이 시원하다. 여기서는 아침에 아산만 방조제 쪽에서 떠오르는 해도 볼 수 있다. 삽교천과 평택항 사이를 운항하는 유람선도 행담도를 거칠 예정이다.

<당진〓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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