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현대-동아 입주예정자 우리 아파트는?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8시 59분


현대 동아 등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업체들이 경영난으로 1차 부도를 내거나 사실상 퇴출당할 상황에 놓이면서 해당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또 대형 업체들이 경영난에 봉착함에 따라 건설업체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 소비자들이 새 아파트 분양을 포기하고 있어 가뜩이나 침체한 주택경기가 더욱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건축 잘못될라 불안▼

30일 채권단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단 선언으로 사실상 퇴출이 결정된 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재건축아파트의 한 조합원은 “최근 아무 걱정없다는 동아건설 회장의 편지를 받았는데 오늘 9시 TV 뉴스에서 ‘퇴출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 가면 지금 시공 중인 아파트 재건축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는 보도가 나온다.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올초 동아건설 아파트의 분양권을 샀다는 이모씨는 “불안해서 10월에 예정됐던 중도금을 안냈다”며 “앞으로도 중도금 납부를 유보해야 할지, 분양권을 되팔 수 있는지”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동아건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30일 오후 늦게부터 31일 내내 입주 예정자들의 근심 어린 사연이 줄을 이었고 건당 조회수도 평소의 4∼5배를 넘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사는 박모씨는 이 홈페이지를 통해 “2002년경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에 면목동 동아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뉴스를 보니 불안하기 그지없다. 주변 친지는 내년부터 들어가는 분양금을 내지 말라는 소리까지 한다. 이 불안을 진정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9월 경기 용인시의 현대아파트 분양권을 샀다는 한모씨는 “내년 6월 입주인데 가슴이 떨려 어쩔 줄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현대가 최근 분양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이페리온의 경우 31일 사전 예약자 7, 8명이 찾아와 계약금을 되찾아 가는 등 청약 취소도 잇따랐다.

▼주택경기 침체 예상▼

인터넷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김희선 이사는 “오랜 전통과 높은 기술력을 갖춘 현대 동아 같은 대형 업체라도 부도나고 퇴출당할 수 있는 상황을 접한 소비자들이 건설업체를 신뢰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신규 아파트 청약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건설교통부 주택관리과 손명수 사무관은 “신규 분양아파트는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을 받도록 의무화돼 있다”며 “현장별로 다소 공사가 지연될 수는 있겠지만 정해진 날짜에 납부한 중도금은 떼이는 일이 없으므로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중도금을 정해진 날짜보다 미리 낸 경우에는 보증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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