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 전회장 인터뷰]"자식잃은 심정"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8시 59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미 떠난 사람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사실상 퇴출이 확정된 동아건설의 최원석(崔元碩)전회장은 ‘동아건설’이 사라진다는데 대해 장성한 자식을 잃어 버린 듯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전회장은 말을 할 입장이 아니라면서도 “건설업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수주”라며 워크아웃 이후 동아건설의 수주 부진이 회생의 걸림돌이었다고 지적했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자금을 지원해 주는 것 못지 않게 공사이행보증 등 금융권이 수주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제도의 가장 큰 결점은 회사가 구심점을 잃어 버리기 쉽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수주를 위해 회사의 구심점이 중요하다”며 “워크아웃 과정에서는 최고경영자가 바뀌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최전회장이 동아건설을 떠난 것은 98년 5월. 96년 최전회장이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이후 경영난은 갈수록 악화됐다. 98년 당시 채권은행인 서울은행은 동아건설에 대한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최전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최전회장은 “내가 물러나면 회사가 살 것으로 기대했다. 지금 상황이 되고 보니 물러날 당시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채권은행에 원망의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신문을 통해서나 회사 소식을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매각한 김포매립지 하나라도 갖고 있다면 회사 회생에 도움이 될텐데”라며 회사 자산 매각 부분에 대해서도 짙은 아쉬움을 표시했다.

동아가 세계적인 건설업체로 자리매김된 것은 83년과 90년, 리비아 대수로 1, 2차 공사를 수주하면서부터였다. 그는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세계8대 불가사의로 꼽힌다”며 “동아건설이 아니더라도 국내 업체가 리비아 대수로 3차 공사를 따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감기로 몸이 편치 않다는 그는 “리비아 대수로 공사 미수금과 유보금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 회생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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