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김각영(金珏泳)서울지검장은 자살소식을 확인한 뒤 바로 수사관계자들을 소집, 긴급 대책회의를 했다.
검찰 관계자는 “장 전국장 집 주변에 경찰 직원 20여명을 잠복근무시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족들에게도 ‘장 전국장이 집 주변 현장에서 잡히더라도 자수한 것으로 처리해주겠다’고 설득해왔다”며 “장 전국장이 자살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살할 정도의 사안은 아닌데…”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검찰은 장 전국장의 사망에 따라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장 전국장 본인에 대해서는 수사할 이유가 없어져 검찰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게 된다. 그의 자살로 검찰의 수사구도는 상당부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사건 관련자들이 모든 의혹을 장 전국장에게 떠넘길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대신금고를 특별검사했던 실무진은 “장 국장에게 모든 내용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기배(李棋培)서울지검 3차장은 “원칙과 정도(正道)에 따라 수사를 계속해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해 수사의 큰 줄기에 변함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금감원〓장 전국장의 자살 소식에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망연자실했다. 죄과가 있든 없든 목숨을 스스로 끊은 데 대해 할말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31일 오후 4시50분경 장 전국장의 자살소식이 전해지자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일손을 놓고 관련 TV뉴스를 보며 안타까워했다.
한 관계자는 “장 전국장이 검찰에 나가 사실 그대로 밝혀주기를 기대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목숨을 끊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며 “잘못이 없다면 떳떳하게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장 전국장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장 전국장의 부인이 지난해 등산갔다가 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는 등 불행한 일이 겹쳤다”며 잘못된 일은 한꺼번에 온다는 말이 공교롭게도 맞아떨어졌다며 씁쓸해 했다.
▽자살 현장〓장 전국장의 형 래형씨(63)는 이날 오후 6시20분경 장전국장이 자살한 여관에 찾아와 장 전국장의 시신을 직접 확인했다.
래형씨는 “어제 오후 8시경 동생이 전화를 걸어 ‘형 오늘 저녁 나 결심했어. 가족들 잘 부탁해. 변호사에게 연락해봐’라며 서초동 한 변호사의 전화번호를 알려줘 동생이 이제 자수하고 감옥살이할 결심을 했다고 생각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래형씨는 이어 “지난주 화요일 이후 2, 3일에 한번씩 동생이 전화할 때마다 ‘정현준씨와 이경자씨가 구속되면 너도 따라 들어가 사실대로 이야기하라’고 권유했다”며 “동생은 그때마다 ‘그러겠다’고 했다가 다시 생각을 바꾸며 갈등을 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래형씨는 “동생이 다른 사람들과 통화하면서 자꾸 생각을 바꾼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누군가 배후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래형씨 부부는 이날 밤 이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지검에 들러 유서공개 문제 등을 상의했다. 그러나 래형씨는 곧 검찰청사를 나서면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장 전국장 시신이 있는 병원 영안실로 향했다. 그는 “유서공개 여부는 직계가족인 부인과 딸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유서를 복사한 뒤 원본은 래형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장 전국장이 숨진 여관에는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 엄호성(嚴虎聲)의원이 방문해 사건 경위를 파악했다.
<이수형·홍찬선·최호원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