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찬씨 자살]심리학자들이 본 자살

  • 입력 2000년 10월 31일 23시 36분


심리학자들은 장래찬 전 금융감독원 국장의 자살에 대해 준공무원이라는 보수적 성향의 직업적 특성에다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현실에서 엄청난 파문을 빚자 이를 감당치 못한 결과로 풀이했다.

죄를 저지를 때의 막연한 불안감이 미처 상상치 못할 정도의 엄청난 결과로 나타나자 수십년간 조직 타성에 젖어 있던 수세적 생활 자세, 즉 홀로서기 준비가 안되어 있던 장전국장이 마지막 탈출구로 자살을 선택했다는 지적이다.

이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보통 ‘독한’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는 ‘심약한’ 사람들이 자살을 감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강웅구(姜雄求)서울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장전국장이 ‘내가 입을 열면 여러 사람이 다치겠구나’라고 판단했거나 ‘평시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만 일이 터지고 나서 보니까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에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도덕적인 면에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더라도 위기에 몰리자 자살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

강교수는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은 자살을 이타적(利他的) 자살과 이기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로 분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하를 위해 수류탄을 덮친 강재구 소령 같은 경우가 이타적 자살의 전형. 일본인들의 할복 자살도 조직의 안전을 위한다는 점에서 일부 이타적인 측면이 있다. 만약 장전국장이 다른 사람이나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자살했다면 이 범주에 속한다.

아노미적 자살은 사회적 혼돈이나 무규범 상태에서 주로 자기 상실감이나 무력감 때문에 생긴다. 외환 위기이후 급증했던 이른바 IMF형 자살이 이 범주에 속하며 장전국장의 경우도 극도의 가치관 혼란을 겪었기 때문이라면 이런 성격일 수 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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