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이덕선·李德善부장검사)는 당분간 유서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해 유서의 내용은 일단 수수께끼가 됐다.
검찰은 “누구나 가지게 되는 유서에 대한 궁금증이 바로 유서를 공개할 수 없는 이유”라고 알쏭달쏭하게 설명했다. 이부장검사는 “장씨가 깊이 관련된 이번 사건에 대해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장씨의 유서는 수사상 중요한 단서가 되는 ‘기밀’에 해당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가족에게 남긴 유서 3장의 경우 망인(亡人)과 유족간의 ‘사생활’에 해당하므로 가족이 동의하는 경우 공개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건발생 초기 언론에 유서내용을 공개할 방침이었으나 이부장검사가 현장에 출동한 변찬우(邊瓚雨)검사에게 공개하지 말라고 지시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검찰은 변명이건, 사실에 대한 폭로이건 장씨의 유서에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또 유서에는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금감원 직원 등 검찰의 추적 및 수사 대상자의 이름이 적혀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찰 주변에서는 가족에게 보내는 유서를 통해서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고 나머지 3장에서는 평창정보통신 주식매입과정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씨는 돈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일찍 세상을 떠난 동료의 가족들을 위해 그들의 자금을 운용해 불려주려고 했다”고 해명했으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선우회’나 ‘청우회’ 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장씨가 유서에서 주장한 대로 결백하다면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말을 택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특히 장씨는 가족을 통해 31일 오전 검찰에 출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최인섭(崔仁燮·47)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부장은 “동양적인 사고방식에서 자신의 희생으로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려 했거나 자신의 비리가 드러나는 수모를 죽음으로 가리려 했을 가능성, 죽음으로 결백을 주장하려고 했을 가능성 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최부장은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장씨의 평소 성격”이라고 말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장씨가 검찰의 추적을 받으며 극심한 심리적 압박감을 받았으리라는 것은 자명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장씨의 혐의 자체는 자살할 만큼 중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그가 ‘조직 보호’를 위해 자살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현두·신석호기자>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