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김포 대명포구 "젓갈이 입에서 살살 녹네"

  • 입력 2000년 11월 2일 19시 02분


김장철이 다가오면 주부들의 마음은 바빠진다. 젓갈이며 양념은 미리 들여놓는 게 좋을까, 좀 더 있다가 사는 게 나을까 하고 망설이다가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공연히 종종걸음을 치게 된다.

날씨가 차가워지기 전에 바닷바람 쐬면서 싱싱한 ‘젓갈 사냥’을 하고 아이들과 놀면서 공부하는 ‘에듀플레이(Eduplay)’를 해보면 어떨까.

분명 바닷물이지만 강물처럼 흘러내리는 염하. 짠 냄새를 물씬 풍기며 먼바다로 흘러드는 염하의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강화 쪽의 초지포구와 김포 쪽의 대명포구가 서로 마주하고 있다. 최대의 어선세력을 지닌 대명포구에선 펄펄 튀는 숭어 농어 삼세기 등 자연산 어종을 횟감으로 즐길 수 있고 덕포진, 교육박물관, 조각공원 등 주변에 볼거리도 많다.

◇선주 부인들이 젓갈 직접 담가

▽어시장 나들이〓1일 오후 대명포구를 찾은 주부 송지연씨(36·서울 양천구 목동)는 어촌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대명리 선착장 입구의 어판장 30여개의 점포를 둘러보다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졌다. 새우젓 밴댕이젓 멸치젓뿐만 아니라 돌게 꽃게 붕장어 새우 주꾸미 삼세기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선이 널려 있었다.

“젓갈 사러 나왔지요. 그런데 자연산 냄새가 풀풀 나는 생선을 보니까 마음이 달라지는 거예요. 서울 어시장과는 풍경도 다르고 값도 싸서 이것저것 자꾸 사게 되네요.”

어시장 20여개의 점포는 배를 갖고 조업을 나가는 선주와 그 아내들이 직접 운영하는 곳. 젓갈은 모두 선주 부인들이 손수 담가 판다. 어판장 뒷마당에는 150㎏짜리 드럼통 50여개가 갖은 젓갈재료를 자연 발효시키고 있었다.

새우젓은 7㎏ 기준으로 상품 3만원, 중품 2만원, 하품 1만5000원. 밴댕이젓 멸치젓 꼴뚜기젓 등은 1만∼3만원선이다.

맛이 달다는 꽃게는 1㎏ 기준 암게 2만원, 수케 1만5000원. 자연산 장어는 8만원이며 생새우 부장어 노랑가오리(일명 간제미) 등은 1만∼2만원이면 살 수 있다. 부녀회장 서희숙씨(43)는 “장봉도 덕적도 등에서 잡은 어류들을 대명리 어판장에서 당일에 모두 판다”며 “물량이 모자라도 절대 양식어를 받아다 팔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색깔 냄새 등 꼼꼼히 확인을

▽젓갈 고르기〓상인들이야 다 “우리 젓갈은 틀림없다”고 하지만 사는 사람이야 눈감고 집어들 수는 없는 일. 더구나 김장 맛은 젓갈이 좌우하지 않던가.

새우젓은 약간 붉은 색을 띠되 형태가 반듯하고 단맛이 나는 것을 고른다. 젓국물에 이물질이 없으면서 뽀얀색을 띠면 최상품이다.

멸치젓도 비린내가 나지 않고 단 냄새가 나는 것, 뼈가 만져지지 않을 정도로 삭은 것, 빛이 불그스름하면서도 거무스름한 것, 비늘이 적고 뼈와 머리가 완전히 붙어있는 것이 좋다.

황석어젓은 오래 삭을수록 감칠맛이 더해지므로 노랗게 잘 삭아 황금빛이 도는 것을 고른다. 알이 많고 색깔이 선명하며 밝은 것이 상품.

새끼조기를 소금에 삭힌 조기젓은 한 뼘을 넘지 않게 자잘하고 통통하며 노르스름하면서 기름이 도는 게 푹 삭은 것이다. 아가미는 붉고 선명하며 살은 너무 무른 것보다 단단한 게 더 맛있다.

◇주말엔 1시간도 안돼 '바닥'

▽물 때 맞추기〓갓 잡은 어류들은 주말이면 어선들이 포구에 입항한 지 1시간도 못돼 다 팔려나간다. 따라서 어선들이 입항하는 물때를 잘 맞추면 평일이 오히려 싱싱한 어물을 구하기에 적당하다.

대명포구에 있는 ‘해경 선박입출항신고소’(031―987―5994)에 문의하면 매일 30분씩 늦춰지는 물때를 알아볼 수 있다.

조수간만차가 적은 조금 때는 하루 두 차례, 조수간만차가 많은 사리 때는 하루 한 차례씩 배가 들어온다.

<김포〓박희제기자>min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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