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황수섭/입양 공개해야 편견 사라진다

  • 입력 2000년 11월 7일 18시 53분


'돌이 다 된 쌍둥이를 키워 줄 부모가 필요합니다.' 97년 12월 초. TV방송 진행자의 짧은 안내 멘트는 우리 가족의 마음을 휘저어 놓았다. 입양원에 있는 남자 쌍둥이와 함께 살아줄 엄마와 아빠를 찾는다는 이 말은 잠자리에 누워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날 이후 몇 주간의 고민과 망설임 끝에 우리 부부는 이들 쌍둥이를 아들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름을 '대한'이와 '민국'이라고 짓고 출생신고를 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사랑과 정으로 입양아를 잘 키운다고 해도 입양에 대해 닫혀 있는 사회에서 갈등을 겪으면서 살아야 하는 쌍둥이의 장래를 생각하면 아찔했다. 고민을 하던 끝에 내린 결론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 는 혈통중심적이고 입양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이 심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입양 공개와 입양부모 모임의 결성이었다. 즉 사랑과 정으로 맺어진 입양가정의 행복을 알리고 입양아를 양육하는 경험과 정보를 나누면서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입양 부모들을 만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입양 공개와 입양부모 모임 결성은 마음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입양 사실을 공개하자 많은 사람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어떤 사람은 비판적이었다. 심지어 마음에 상처가 될 정도의 심한 비난을 하는 분도 있었고 입양부모 모임도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러한 비난 속에서도 격려를 아끼지 않는 분들이 있어 그래도 고마웠다.

입양은 공개돼야 하고 입양가정은 서로 연결돼야 한다. 입양가정이 우리 사회에서는 소수이므로 특별한 가정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입양가정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 줄 때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불식되고 사회가 변해 입양한 내 자식들이 앞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입양부모가 내 아이만 잘 키우면 된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입양가정이 더욱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는 그저 오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나누면서 서로를 돕고 입양의 행복을 알리면서 입양에 대한 편견을 허물 때 가능할 것이다.

황수섭(한인입양홍보회 공동회장·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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