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개표발표 아수라장]"전화투표도 있나" 항의

  • 입력 2000년 11월 21일 22시 57분


김재정(金在正)대한의사협회장이 한광수(韓光秀) 최창락(崔昌洛)부회장 등 상임이사진과 함께 의협 회관 5층 회의실에 들어섰다. 21일 오후 7시경 의―약―정 합의안에 대한 회원들의 투표결과를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김회장은 오후 4시경 회장실에서 상임이사회를 열어 투표결과를 확인한 뒤 이 내용을 기자회견에서 공개할 예정이었다. 회견장에 찬성 1만1392명, 반대 1만1145명이라는 투표결과 자료가 뿌려졌다.

오후 6시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이 한시간 지연된 끝에 열리면서 김회장이 마이크를 잡는 순간 회의실 입구가 시끄러워졌다. 전공의 한 명이 갑자기 들어서며 “발표하지 마세요. (기자들을) 다 철수시키세요. 막아요”라고 소리친 것.

전공의 20여명이 잇따라 들어오면서 “회장님 죄송합니다. 투표는 무효다. 세상에 전화투표, 방문투표가 어디있느냐”고 외치면서 기자회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전공의들은 김회장 앞에 서서 마이크를 가로막았다.

이들은 발표를 무산시키고 취재를 봉쇄하기 위해 기자들의 카메라를 가로막고 나가라고 밀치는가 하면 전등을 끄고 책상 위에 올라가는 등 소란을 피웠다. 김회장과 노만희(盧萬熙)총무이사 등이 “왜들 이러느냐”며 말렸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소란이 10여분간 계속되자 김회장은 “재검표를 한 뒤 내일(22일)중 공식 발표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회장은 “투표결과가 너무 근소해서 시도의사회와 직역별 의견을 물어 재검표 등 향후 방침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표차가 적다고 발표를 미루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회장은 “미국 대선결과에서도 보듯이 표차가 적을 때는 재검표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한 전공의가 큰 목소리로 “회장님 만세”를 외쳤다.

김회장을 비롯한 의협 집행부가 회의실을 빠져나가자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주수호(朱秀虎)대변인은 “투표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 재검표가 문제가 아니다. 모든 회원이 승복할 수 있도록 재투표를 실시하자는 게 의쟁투의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주수호 대변인은 “재투표 요구는 의쟁투 중앙위의 정식결의 과정을 거쳤느냐”는 질문을 받고 “운영위원들이 의쟁투 위원 몇 명에게 전화를 걸어 의사를 확인했다”고 대답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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