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학생들 동요〓서울 D외고에선 3학년생 사이에 “수능이 쉬워 큰 변별력이 없는 상태에서 학교 내신성적을 일반고 학생들에 비해 5점이상 손해볼 것 같다”는 말이 퍼지면서 1, 2학년 학생들까지 동요하고 있다.
21일 서울 M외고에서 무작위로 만난 이 학교 1, 2학년생 19명 중 ‘수능이 계속 쉽게 출제된다면 자퇴하겠다’고 밝힌 학생이 9명이나 됐다.
D외고 2년생 하모군(18)은 “수능이 계속 쉬워진다는 소식에 그동안 망설였던 친구 한 명이 결국 자퇴했다”며 “그 친구 어머니가 ‘대입에 훨씬 유리해 자퇴를 잘 시킨 것 같다’고 우리 어머니에게 말하는 걸 들으니 고민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과학고 1년생 최모군(16)은 “과학고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진학하고 싶어해 입시에 크게 연연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서울대를 희망하는 친구들은 꽤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 H외고에 딸이 합격했다는 학부모 이모씨(50)는 “내신 때문에 딸아이가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올바른 결정인지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며 “수능이 계속 쉬워지면 2학년때쯤 자퇴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교측 설득 부심〓올해 초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들이 수능성적을 기준으로 한 비교내신이나 ‘수 우 미 양 가’의 절대평가로 내신을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 그동안 하락세를 보이던 외고나 과학고의 인기가 되살아나기 시작했었다.
최근 실시된 서울지역 외고의 내년도 입학시험 경쟁률이 4.99대1에 달했던 것은 이를 반영하는 것.
하지만 올해 수능이 워낙 쉽게 출제돼 상위권 학생과 중상위권 학생 사이의 변별력이 거의 없어진 데다 최근 정부가 일부 대학이 그동안 쉬운 수능시험을 보완하기 위해 실시했던 본고사제도를 내년부터는 폐지토록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특목고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동요가 일고있는 것.
학생들이 동요하자 외국어고와 과학고 교사들은 “2002학년도부터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이 외국어 수학 과학 등의 경시대회 입상자를 우대하고 학교장 추천제 대상자를 3배까지 늘리는 추세라 특목고 학생들의 주요대학 진학기회는 더욱 넓어질 것”이라며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다.
서울 명덕외고 맹강열(孟康烈)교감은 “특목고에 진학하는 이유는 질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인데 수능시험이 쉬워지면 교육내용도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며 “우수한 학생들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는 현 입시제도가 바로 공교육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