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을 제때 받지 못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꾸리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늘고 있다. 건설업계와 최근 부도난 대우자동차 및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특히 그렇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과 함께 체임 문제가 또 다른 사회적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대우차 부도 주요원인▼
21일 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5만여명이 2247억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가 몰아닥친 98년 같은 기간(5241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361억원이었고 11·3 퇴출 조치 직전에는 981억원이었다.
이처럼 체불임금 규모가 늘어난 1차적 원인은 대우자동차 부도 때문. 대우자동차의 체임 규모는 무려 1162억원이나 된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은 11·3 퇴출 판정을 받은 신화건설 136억원, 우성건설 50억원, 대동주택 80억원 등 주요 건설사만 427억원의 체불임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우성건설 배모씨(43)는 “올 7월부터 4개월치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상여금을 포함해 모두 1000만원이나 되는 금액이다. 그는 “96년 법정관리 판정을 받은 이후 임금이 30% 가량 삭감된 데다 그나마 제때 지급되지 않아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모든 적금을 해약했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우자동차 협력업체 및 이들의 하청업체는 통계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대우자동차에 핵심부품을 납품해 오던 인천 부평 지역 협력업체 상당수가 결제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고 ‘막일’을 찾아 나서는 근로자들이 부쩍 늘었다. 은행 대출도 여의치 않다.
건설업의 경우 원청업체가 부도나면 법정관리를 받아도 6∼8개월짜리 어음을 끊어주고 하청업체는 이를 할인해 현금화하기 때문에 순익이 남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원청업체가 파산할 경우 어음은 휴지조각이 된다.
▼건설일용직 더 심각▼
그래도 정규직 직원은 사정이 좀 나은 편. 회사가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국세 다음으로 체불 임금을 변제 받을 수 있도록 돼 있고 국가에서 대신 지급하고 나중에 회사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임금채권보장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도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건설 일용직은 사정은 정말 심각하다. 노동부는 일용직에 대해서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라고 지도하고 있지만 이행률이 10% 정도밖에 안 된다. 이들은 고용주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임금을 떼여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
민주노총 윤우현(尹于鉉)정책국장은 “정규직은 보장받을 수 있는 임금이 얼마 안되고 일용직의 경우는 아예 보호 장치가 없다”며 “임금채권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범위와 기간을 확대하고 건설 일용직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