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진승현씨 비호의혹 국정원 간부 수사하라"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8시 37분


한나라당 권력형 비리 조사 특위(위원장 이부영·李富榮)는 30일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陳承鉉)씨의 금융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을 방문,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의 진씨 ‘구명운동’ 진상(본보 30일자 A31면 보도)을 추궁하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은 이날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진씨 비호세력의 일단이 드러났다”면서 “검찰은 국정원 김은성(金銀星)제2차장의 진씨 비호를 단순한 수사 상황 문의로 호도하지 말고 진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부대변인은 또 “검찰이 아무리 사건의 실체를 흐리려 해도 이를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면서 “분노한 국민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이 같은 한나라당 주장과 관련, 김차장으로부터 진씨 사건 수사에 대한 문의 전화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대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9월 중순 김차장이 전화로 사건에 대해 물어보며 ‘불구속 수사 가능성이 있느냐’고 말해 ‘이미 진씨 아랫사람들이 구속됐다’고 수사 진전상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차장은 진씨가 자신의 딸과 혼담이 오가는 사람이어서 진씨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고 했고 만약 사건이 가벼운 사안이면 잘 처리되도록 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수사 상황을 말했더니 김차장도 포기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날 국회 정보위에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의 진씨 사건 개입 추궁에 “국정원 동료 출신인 MCI코리아 회장으로부터 진씨를 사윗감으로 소개받아 개인적으로 사건에 대해 문의했을뿐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송인수·신석호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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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현씨 "1일 출두"▼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陳承鉉·27)씨 금융비리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이승구·李承玖부장검사)는 잠적중인 진씨가 이르면 1일 출두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해옴에 따라 진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진씨를 상대로 한스종금 편법인수와 리젠트증권 주가조작, 열린금고 불법대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한 뒤 혐의가 확인될 경우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30일 신인철(申仁澈·59) 전 한스종금(옛 아세아종금) 사장에게서 605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영재(金暎宰)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구속기소했다.

김부원장보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6차례에 걸쳐 신 전사장에게서 “아세아종금의증권회사 전환과 합병 분할 등 금감원과 관련된 각종 업무와 관련해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3800만원과 미화 2만달러(약 1150만원)를 받는 등 모두 605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11일 김부원장보를 구속할 당시 확인된 수뢰액 4950만원 외에 추가로 1100만원 상당의 뇌물 수수 사실이 더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부원장보가 신양팩토링 오기준(吳基俊)사장과 동방금고 유조웅(柳照雄)사장을 통해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56·구속기소) 부회장에게서 11억원 상당의 돈과 주식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해외도피로 입증할 수 없어 참고인중지(참고인 조사 때까지 기소중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이부회장에 대해 올해 1월 “김부원장보를 통해 동방금고에 대한 금감원 감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유사장에게 평창정보통신 주식 1만주와 KDL 주식 2만주를 준 혐의를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또 한국디지탈라인(KDL) 정현준(鄭炫埈·32·구속기소)사장에 대해 올해 2월 김부원장보를 통해 유일반도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과 관련한 금감원 고발을 무마해 달라며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부회장에게 5억원을 준 혐의를 추가 기소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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