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까지 30만평 이상을 사겠다는 ‘큰 손’들과 계약을 끝낸 뒤 남은 농지는 잘게 쪼개 판다. 5일에는 14만∼30만평, 8, 9일엔 5만∼14만평, 12, 13일에는 1만∼5만평 단위로 신청을 받는다. 계약금으로 총 금액의 10%를 내고, 이후 석달간 매월 20%씩, 나머지 30%는 계약 후 4개월 내에 완납해야 한다. 매매대금의 절반은 연 9.5∼11.0%로 대출받을 수 있다.
휴일인 3일 이미 한 명이 44만평을 계약했다. 30만평 이상 살 생각이 있다고 ‘입질’을 해 온 ‘대물’도 충남 당진영농법인(200만평) 등 29명으로 850만평에 이른다. 서산영농사업소 이대기차장은 “토지를 수용당하고 보상받은 돈으로 이곳 땅을 사려는 농민들도 꽤 많다”며 “서울에서 신청을 받는 걸 모르고 지갑에 수억원씩 갖고 현지에 와 당장 계약하자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02―550―7779,7090(토공), 02―746―8250∼5(현대건설)
현대건설 서산농장 매각일정 | |||||
순위 | 면적 | 신청일 | 당첨자 발표 | 계약일 | 예약신청금 |
0 | 30만평초과 | 4일 | 7일 오후2시 | 11∼12일 | 1억원 |
1 | 14만∼30만평 | 5일 | 7일 〃 | 〃 | 6000만원 |
2 | 5만∼14만평 | 8∼9일 | 11일 〃 | 14∼15일 | 3000만원 |
3 | 1만∼5만평 | 12∼13일 | 16일 〃 | 19∼20일 | 1000만원 |
서산농장은 A, B지구로 나뉘어 있다. 홍성군쪽에 가까운 A지구가 1930여만평으로 태안군에 접한 B지구(1190만평)보다 훨씬 더 크다. 농업용수로 쓰이는 거대한 담수호까지 합친 간척지 총 면적은 4700만평. 서울시의 4분의 1 크기다.
이번에 일반에 매각되는 농지는 두 곳 합쳐 2076만평. 매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총 4920억원이 현대건설의 손에 떨어진다. 이곳을 조성하는데 이자를 빼고 순수비용만 6470억원이 들었다니 현대건설과 ‘왕회장’은 “서산농장을 매각하느니 차라리 이곳에 누워 죽겠다”고 할 만하다.
17년간 여기서 일했다는 김현찬 서산농장 관리부장은 “간척지의 염기(鹽氣)가 다 빠져 지금부터 수확이 제대로 날 때”라며 ‘착잡하고 아깝다’는 말로 심정을 담아냈다.
관리사무소는 이번 주 시작된 매입신청을 앞두고 땅보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부분 4, 5명 단위로 찾아온 농부들이다.
전북 군산에서 온 일가족 4명은 6만평을 신청할 생각. 도로가 뚫리면 1시간 남짓이면 서산에 닿을 수 있다며 대규모 영농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들은 “돈이 많으시네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어이구 대출받아야지요. 농민들 도와주는 셈치고 좀 더 싸게 대출받을 수 없을까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절대농지지만 창고를 포함해 200평 크기로 농가주택을 지을 수 있다. 돈많은 도회지 사람들이 전원주택삼아, 또 시세차익을 노리고 땅투기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김현찬부장은 “농지취득자격을 얻어야 소유권 이전등기를 할 수 있다”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지구 활주로 한쪽에는 비행기 4대가 보호막을 뒤집어쓰고 날개를 접은 채 놓여 있었다. 3대는 볍씨를, 1대는 제초제 등을 뿌리는 데 쓰이는 비행기다. 서산농장의 한 직원은 “비싼 돈 주고 미국에서 사왔다는데 이제 땅이 조각조각 팔리면 다시는 이곳을 날아보지 못할 운명”이라며 말을 흐렸다.
<서산〓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