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아산재단(이사장 정주영·鄭周永)의 제12회 사회복지공로상을 수상한 벽안(碧眼)의 아일랜드인 수녀 문 카트리나씨(67·본명 카트리나 매큐). 수상 소감부터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
19세에 아일랜드의 성골롬반 외방선교 수녀회에서 수도자의 길을 시작한 문씨는 74년 한국을 찾은 이래 26년간 삼척 제주 등 전국의 결핵 암 나병환자 병원 등을 찾아다니며 몸을 던졌다.
“공항에 처음 내렸을 때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으로 곳곳에 중무장한 군인이 깔려있었지요. 그래도 이젠 그때의 두려움이 한국인에 대한 애정으로 바뀌었습니다.”
경북 영주에 있는 성 다미안 나병환자 병원에서 지낸 8년은 그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
“가족과 남편에게서 버림받은 20대 여성 나환자의 몸을 씻기는데 ‘이게 바로 인간애로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눈물을 줄줄 흘렸지요.”
그 환자가 세상을 뜨기 직전 손수 떠준 스웨터는 문씨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현재 일하고 있는 강원 속초시의 파티마 양로원에선 그의 정성이 대단해 “이 양로원에 들어가면 제 명(命)보다 더 오래 산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상금 300만원은 양로원의 60,70대 ‘인생 친구’들을 위해 김치냉장고를 사는 데 쓸 생각입니다.”
앞으로 5년 정도 더 한국에서 봉사한 뒤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문씨는 “봉사보다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더 어려웠다”며 미소지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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