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관 새한그룹 전 부회장, 수백억 편법조달 조사중 돌연 출국

  • 입력 2000년 12월 13일 18시 32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 위장 해외법인과 수출입 거래를 한 것처럼 속여 은행권에서 수백억원을 조달한 혐의가 금융감독원의 채권 은행단 조사 결과 드러난 새한그룹 이재관(李在寬·사진)전부회장이 돌연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13일 밝혀졌다.

새한그룹측은 “이전부회장이 8일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출국했다”고 말했다.

이전부회장은 지난해 11월∼올해 1월 홍콩에 유령회사를 만든 뒤 이 회사에서 기계를 수입하는 것처럼 꾸며 수입신용장을 개설, 수출업체에 생산자금을 꿔준다는 명목으로 국내 5개 시중은행에서 600억∼1000억원을 조달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검찰은 13일 “5일 새한그룹의 혐의가 금감원의 은행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는 언론 보도가 처음 나간 뒤 그룹 임원들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이전부회장의 출국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금감원이 진행하고 있는 채권 은행에 대한 조사 결과를 넘겨받는 대로 새한그룹의 전 현 임직원들을 차례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새한이 편법 자금조달을 위해 홍콩 수출상과 홍콩 현지법인을 가공으로 개설한 뒤 수출대금 및 운영자금을 빼돌려 제2금융권에서 빌린 회사 돈을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고 관련자료를 정밀 분석중이다.

금감원 조재호(趙在昊)은행검사1국장은 이전부회장의 출국에 대해 “금감원은 규정상 금융기관만 조사할 수 있으므로 새한과 같은 기업체에 대해서는 조사할 수도 없고 관련자를 출국 금지할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이전부회장이 자진 귀국하지 않을 경우 검찰 수사 결과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사법처리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명건·김승련기자>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