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다르다. 남과 북 사이에는 이념 대결에 따라 동족 상잔의 전쟁이 치러졌었고 그때로부터 반세기가 지나도록 평화협정을 맺지 못해 정전협정에 의지한 채 여전히 무력 대치를 계속하는 상황인 만큼 이념 갈등을 훨씬 조심스럽게 대하게 된다.
▼일방적 낙인 갈등 심화▼
이념갈등의 극복이나 완화를 위해서는 우선 특정 이념에 대한 ‘딱지붙이기(네임콜링·Name Calling)’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좌파나 진보 성향을 무조건 ‘빨갱이’ ‘주사파’ ‘친북’ 등으로, 우파나 보수 성향을 무조건 ‘반통일’ ‘수구’ ‘보수반동’ ‘냉전세력’ 등으로 딱지붙이기해 버리는 것은 서로의 감정의 골을 깊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서로 상대방의 의견과 입장을 사실에 근거해 진지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것을 위해서는 이념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나 단체들 사이에서 토론 모임을 자주 갖는 것이 유익하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접점 찾기' 당정역할 중요▼
이 점에서 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당이 될 수 있는대로 많은 이념적 갈래를 자신의 정당 안으로 끌어안아 거기서 접점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흔히 공화당을 보수적 정당으로, 민주당을 진보적 정당으로 이해하지만 두 정당 모두 ‘모든 것 끌어들이기’전략을 쓰고 있음으로 말미암아 이념적 분계선이 많은 쟁점에서 겹치거나 불분명해지기에 이르렀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미국은 사회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통합성을 유지한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캐나다의 경우 제1여당은 이름부터 아예 ‘보수진보당’이다.
▼정부 정책투명성 높여야▼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남북관계 또는 통일에 관한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보다 더 투명하게 일을 추진하고 보다 더 자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남북 사이의 중요한 합의들이나 중요한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국회의 동의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의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남북 관계에서 상징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실질적인 업적을 이룩해내면, 그리고 그 업적의 혜택을 국민 다수가 체감하게 되면 이념 갈등은 훨씬 완화될 것이다. 특히 민주복지사회가 실현되면 이념 갈등이 훨씬 완화된다는 점에서 국정 운영의 내실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역할을 강조한다. 학교교육은 물론이고 언론 매체와 사회단체의 대중 교육 등이 이념적 대립을 조장하는 쪽이 아니라 완화를 유도하는 쪽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