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19일 오후 9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역의 인근 번화가인 신림4거리. 저녁 무렵이 되면서 인도에 광고 문구를 써 붙인 노란색 입간판이 하나둘씩 늘어선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이 간판들은 오후 10시를 넘어서자 수십개로 늘어나 갖가지 선정적인 문구로 행인들을 ‘호객’하고 있다.
일명 ‘에어라이트’라고 불리는 신종 입간판이 도시의 거리를 뒤덮고 있다.
노란색 비닐 풍선 속에 조명장치를 넣은 에어라이트는 2, 3m 높이에서 건물 2, 3층 높이에 맞먹는 것까지 다양한데다 선정적인 문구를 써 붙인 것이 많아 새로운 환경 저해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에어라이트는 다른 종류의 간판들에 비해 설치가 쉽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해 올해 들어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크게 번졌다.
강남구청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기침체로 손님이 줄어든데다 연말연시가 겹치면서 에어라이트를 설치하는 업소가 급증, 하루에 100개 이상을 적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에어라이트 설치가 급증하면서 시민들의 민원도 크게 늘었다.
회사원 강기영씨(33·서울 관악구 봉천동)는 “번잡한 거리에서 빽빽이 늘어선 입간판들을 피해 거리를 걷다보면 짜증이 날 때가 많고 노상에 전기선을 그대로 방치해 안전사고 위험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관련법규에 일단 시정명령을 내린 뒤에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업주가 다른 곳으로 옮길 경우 실효성이 없고 수거된 입간판의 폐기규정도 없기 때문에 되돌려줄 수밖에 없어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적발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수거한 것을 곧바로 폐기처분할 수 있도록 관련법규 개정을 행정자치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