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 합병]'짝짓기 대세' 노조 설득이 과제

  • 입력 2000년 12월 22일 18시 44분


국민 주택은행이 합병을 전격 발표하면서 금융권 빅뱅의 막이 올랐다.

국내에서 우량 은행으로 통하는 이들 은행의 합병은 극도로 지지부진한 2차 금융구조조정에 불을 붙여 우량―비우량 은행의 자발적 구조조정 열풍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주택 합병은 총자산이익률(ROA)이 0.82%, 총자기자본이익률(ROE)이 18.14%에 달하는 초우량은행의 탄생을 의미한다. 두 은행은 지금까지 소매금융분야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으며 합병시에는 국내 소매금융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할 전망. 특히 국민은행은 가계금융과 신용카드쪽에, 주택은행은 주택금융쪽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합병시 이 분야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김상훈행장은 “두 은행이 합칠 경우 전 분야에서 수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시너지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와 ING 등 대주주도 이같은 시너지효과를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 주택은행장은 곧바로 합병추진위원회를 꾸려 제3의 기관에 양 은행 실사를 맡긴 뒤 이를 토대로 △합병비율 △은행명 △존속법인에 대해 세부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가급적 내년 6월말까지 끝내고 신설법인을 세워 양 은행을 흡수 합병할 계획.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6월말까지는 빠듯하다”고 밝히고 있다.

합병비율과 관련해서 국민은행 최인규전략기획실장은 “주가와 시가총액을 놓고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대등합병이 원칙이지만 합병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은행의 뉴욕증시 상장 여부도 관심거리. 일반합병일 경우 상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지만 신설법인을 통한 양 은행 흡수합병 방식이어서 상장 폐지될 가능성도 있다.

합병이 성사되기 위한 최대 관건은 노조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것이냐는 점. 현재 양 은행노조는 “결사 항전하겠다”고 밝힌 상태.

주택은행 김정태행장은 “강제 인력감축없이 합병이 가능하다”고 밝혔고 최인규국민은행실장도 “대주주 간에 강제적인 인력감축을 않겠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이 △국내 최고의 명예퇴직금 지급 △증권사 보험사 설립을 통한 인력 재배치라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타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현진·성동기기자>witness@donga.com

합병은행의 모습

구분주택은행국민은행
총자산(억원)643,797930,325
총수신(억원)523,804697,807
총대출금(억원)409,705455,229
자기자본(억원)24,84341,557
당기순이익(억원)5,0175,263
직원수(명)8,84811,040
점포수(개)555595
BIS비율(%)10.0311.13

▼한빛등 4개 부실은행▼

▽4개 부실은행의 미래는〓노정은 이번 협상에서 한빛 광주 평화 경남은행 등 4개 은행을 내년 1∼2월에 출범할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하되 도매 소매 투자은행 등 기능별로 재편해 통합하는 시기를 당초 내년 10월에서 2002년 6월로 연기했다. 광주 평화 경남은행 직원들은 당초 재편과정에서 한빛은행에 자산부채인수(P&A)방식으로 흡수될 것으로 우려했으나 이번에 체력을 키워 금융지주사에서 벗어나 독자 생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이미 이들 은행이 자본잠식상태인 데다 영업기반이 크게 훼손돼 독자생존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인력감축시 노사간의 자율적인 협의에 따르기로 노정이 합의함에 따라 자구노력도 결실을 얻기 쉽지 않게 됐다는 것.

문제는 자력회생기간 동안 투입되는 공적자금이 결실 없이 낭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민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나아가 기능재편이 예정된 2002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여서 자칫 정치바람에 휘둘리며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위험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노정협상이 자칫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를 희석시키고 노조의 반발에 밀려 금융구조조정이 지연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1년 뒤 또 한차례 이들 은행 노조와 정부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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