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銀 파업 나흘째]노조원 이탈방지 출입통제 삼엄

  • 입력 2000년 12월 24일 18시 24분


쇠파이프 무장 사수대
쇠파이프 무장 사수대
파업 중인 국민 주택은행 노조원 1만여명이 농성을 하고 있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 국민은행연수원에는 24일 공권력 투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간간이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는 등 긴장과 크리스마스 전야 분위기가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아침부터 농성장에는 노조원들을 ‘면회’하기 위해 찾아온 가족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으나 지도부가 노조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삼엄하게 출입을 통제하는 바람에 출입문 틈으로 얼굴만 마주볼 뿐 제대로 대화조차 나누지 못했다.

그러나 어둠이 짙어지면서 간간이 눈이 내리는 가운데 노조원 자녀 100여명이 운동장에 설치된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캐럴을 부르자 모두들 촛불을 켜들고 손을 맞잡으며 잠시 긴장을 풀었다. 노조원들은 또 지점별로 삼삼오오 모여 가족들이 넣어준 케이크에 촛불을 밝히며 “뜻깊은 성탄절을 맞아 우리에게도 ‘은행정상화’라는 선물이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1000여명의 노조사수대는 그러나 경찰 투입에 대비해 쇠파이프와 각목을 들고 연수원 안팎을 둘러보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24일 새벽에는 연수원 운동장 대형천막에서 연탄을 피워놓고 잠자던 노조원 7명이 가스에 중독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날 오후 모두 퇴원했다.

한편 파업 농성이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이들 은행에서는 현금자동인출기마저 사실상 기능이 마비돼 고객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연휴를 앞두고 현금을 찾으려는 양 은행 고객이 자동인출기로 몰려 현금이 금방 바닥나자 고객들은 인근 은행으로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24일 “현금인출기에 현금을 채워 넣을 직원들마저 파업에 참여해 점포 내 대부분의 자동화기기가 무용지물이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0개 주요 은행대표들은 23일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 모여 국민 주택은행의 고객이 파업기간 중 타 은행 자동화코너에서 현금인출 계좌이체 송금하는 경우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나연기자·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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