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얼마를 써야〓주부 김희숙씨(32·서울 광진구 광장동)는 최근 신용카드 포인트 누적 계산법을 알고는 화가 치밀었다. 광고를 보고 가입한 국민패스 카드는 1000원 당 1점씩, BC 톱카드는 1000원 당 겨우 2점씩 적립돼 2000만원을 사용해야 각각 2만원, 4만원짜리 상품권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 게다가 한달 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이 30만원인 김씨가 이들 보너스 상품을 얻으려면 최소 4, 5년은 기다려야 한다.
보너스 항공권, 주유소 카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항공사와 제휴한 각 신용카드사 스카이패스의 경우 1000원 사용 당 1마일(1포인트〓1마일)로 계산하기 때문에 제주도 왕복행 티켓(500마일×2)을 얻으려면 카드 사용액이 1000만원(성수기 1500만원) 가까이 돼야한다.
LG정유카드도 1000만원어치 휘발유를 몇 년을 걸려 넣어야 5만원짜리 상품권 또는 오븐토스터를 받을 수 있다.
▽보너스 고객의 설움〓인터넷서비스업체 홍보책임자인 나성수씨(30)는 “엔크린카드와 LG정유카드로 꼬박꼬박 기름을 넣어 사은품으로 히터 등을 받게됐으나 이들은 2, 3개월 뒤 지정된 기간에 지정된 주유소에서 찾아가라고 해 결국 이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 마일리지로 구입한 보너스 항공권도 비행기의 결항이나 지연운항시 대체편 및 숙박편의 등의 관련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는 등 이들 보너스 상품은 대부분 교환이나 애프터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각종 제약으로 ‘그림의 떡’〓현대백화점 카드는 포인트 사용기한을 12월31일까지, 롯데백화점 카드는 다음해 2월까지로 유효기간을 설정해놓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400만원 이상, 롯데백화점은 500만원 이상 구입해야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백화점 매출이 연말연시에 집중되는 점을 감안할 때 고객들은 기껏 포인트를 모아놓고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빅패밀리 LG 레이디카드에 가입한 윤은희씨(29·여)는 “카드가입시 제공받은 5만원짜리 무료식사권을 사용하는 데는 ‘발급 후 2개월 내, 평일에, 지정된 레스토랑에서, 런치세트 안됨, 추가메뉴 주문시 사용, 해당카드 결제시에만, 타 쿠폰 동시사용 불가, 주문 전 쿠폰 제시’ 등 무려 10가지에 가까운 제약조건이 달려있었다”며 실속 없는 서비스를 꼬집었다.
▽대책은 없나〓공정거래위원회 이동욱 소비자보호국장은 “낭비를 부추기는 등 마일리지제도 과장 광고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다”며 “광고시 ‘당첨 확률’ 등 중요정보를 표시하지 않을 경우 행정지도와 처벌 등을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 마일리지 정보업체인 후즈랜드(www.whozland.com)의 박준익 팀장은 “각 업체가 얄팍한 상술로 고객을 계속 속인다면 온라인 사이트상의 불매운동 등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승훈·성동기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