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된 원인은 국민은행 직원의 협조가 필수적이나 이들이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업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한 정부의 사전준비가 소홀한 탓도 크다. 문제는 정부가 경찰을 투입하더라도 상당 기간 업무 혼란은 불가피한 상황인데다 뾰족한 상황 타개책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빠르면 26일 오후부터 한빛 신한 기업은행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던 예금 대지급은 이날 이뤄지지 못했다. 오전 일찍부터 3개 은행 전산인력들은 금감원에서 협의를 가졌으나 정작 국민은행 핵심 전산인력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산인력 250여명 중 현재 20여명이 전산실에 잔류하고 있으나 대부분 간부와 계약직 사원”이라며 “핵심인력은 잠적한 상태”라고 밝혔다.
설령 이들과 협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전산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 무엇보다 사고예방을 위해 은행 간 설치된 방화벽(fire wall)을 해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국민 주택은행이 방화벽을 풀어줘야 두 은행 고객의 잔액상황 등을 알아서 예금 대지급을 해줄 수 있다”며 “그러나 방화벽을 풀 경우 두 은행 전산망이 해킹 등에 완전 노출된다”고 말했다.
퇴출은행의 전산직원이었던 정모씨는 E메일을 보내 “하루 이틀만에 전산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다”며 “대표적인 금융당국의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또 기업은행과 농협 직원 200여명을 국민 주택은행에 파견했지만 대부분 어음교환업무에 투입돼 창구 정상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파견된 직원은 기업체의 어음부도를 막기 위해 파견된 인력들로 실제 창구에는 투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이 검사역 200여명을 국민 주택은행에 파견했지만 지점당 1명에 불과한 실정이며 더구나 현장 직원의 협조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의 파업사태가 지속된다면 우선적으로 창구 인력들을 확보하는 것이 현재 가장 시급하다”며 “두 은행 자체적인 해결능력이 한계가 있고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연휴 마지막날에야 대책을 발표해 대응이 다소 늦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