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마비 언제까지?〓26일 창구 혼란과 국민 주택은행의 파업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은행기능 마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국민과 주택은행의 두 은행장이 전격 합병발표를 한 것은 일단 합병을 기정사실화하면 ‘파업 대오’가 흐트러질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경찰 투입도 농성을 멈추게 할 수는 있겠지만 창구업무 정상화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강제해산되더라도 지부별로 출근거부투쟁을 계속 벌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은행의 핵심 전산 요원들이 잠적한 것이 정상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도 20여명의 간부와 계약직 사원만으로 끌고 가다 보니 인터넷뱅킹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전산장애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자칫 전산망이 다운될 우려가 있다.
▽총파업 이뤄질까〓7월 총파업 때와 달리 양 은행을 제외한 다른 시중은행이 파업에 참가할 명분이 없는 것이 사실. 실제로 26일부터 총파업 찬반투표를 하기로 했지만 조흥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모두 27일로 미뤘다. 상급 노조인 금융노조에서 지시를 내린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이 참가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공적자금을 투입받는 한빛 서울 평화은행 등 강성노조들이 파업에 들어가기란 국민 여론을 감안할 때 힘들어 보인다.
▽대지급은 언제쯤 가능할까?〓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정부는 27일부터 국민 주택 은행 고객이 신한 기업 한빛은행 창구에서 예금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프로그램 개발에만 최소한 7일 이상이 걸려 불가능한 상태다.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타행환을 통한 인출 △텔레뱅킹 계좌 개설을 통한 인출 △수기(手記)지급 후 추후 정산 등의 방법을 27일부터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불가능에 가깝다.
타행환을 통한 인출은 국민 주택은행 예금자가 한빛 기업 신한 등 3개 은행 중 한 곳에 계좌를 개설하고 정해진 예금지급청구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이들 은행이 문을 닫지 않은 국민 주택은행의 거점 점포에 팩스로 예금청구서를 보내는 방식. 거점 점포는 고객의 인감과 잔액 등을 확인한 뒤 무통장입금으로 이들 은행에 요청한 돈을 보내고 고객이 예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을 연 국민 주택은행의 거점 점포에 수천명의 고객이 몰리는 상황에서 팩스 요청을 처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또 텔레뱅킹이나 수기 방식의 경우도 역시 거점 점포에 팩스를 보내 확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박현진·이훈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