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부터 이들이 운영하는 해반갤러리는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동구 송림로타리 주변의 허름한 3층 건물에 자리잡고 있다. 이 갤러리는 인천지역 최초이자 ‘최장수’의 상업화랑. 이들 부부에게 ‘보금자리’와 같이 소중한 이 곳은 인천지역의 ‘문화사랑방’이다.
“애들을 어느 정도 키우고 나서 우리 인생을 살고자 했던 ‘결혼약속’을 구체화한 첫 걸음으로 화랑을 차렸지요. 적자의 연속이었지만 화랑과 함께 한 문화운동에서 세상을 올곧게 변화시키는 은근함과 역동성을 느껴 더 큰 열정을 쏟아 부었어요.”
해반갤러리는 월례 또는 격월로 열리는 문화워크숍(30여차례 진행), 시낭송회, 문화학교 등 다양한 문화사업을 벌이고 있는 ‘해반문화사랑회’의 모임터. 이들 부부는 한 때 화랑운영이 너무 벅차 손을 떼려고도 했지만 94년 주변 문화동호인들과 해반문화사랑회를 결성, 10여년동안 잠재워 두었던 ‘꿈’ 을 되살려나가고 있다.
해반문화사랑회에는 교수 변호사 의사 수집가 자영업자 등 각계각층의 14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문화예술공연을 위해 거리로도 뛰쳐 나간다.
98, 99년 월미도 문화거리에서만 20여 차례에 걸쳐 행위예술, 재즈연주, 무용공연, 사물놀이, 영화제 등의 공연물을 선보였다.
또 소설가 양귀자, 마임이스트 최규호, 재즈뮤지션 김대환씨 등 문화예술인을 초청해 시낭송회, 화랑음악회, 문화좌담회 등을 열기도 했다.
이외에도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문화학교, 일반시민과 함께하는 ‘지역문학답사’, 가족들과의 ‘생태기행’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수시로 연다. 하지만 이들은 1년중 한달간을 ‘안식월’로 정해 이 기간 만큼은 철저히 ‘자연인’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마음과 정신 속에 얼마나 많은 ‘문화향기’가 용해되어 있느냐에 따라 삶의 가치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재산을 많이 모으기보다는 이웃들과 여유롭고 즐겁게 사는 것이 더 축복받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