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대표 한국 젊은이 최재웅군 밀레니엄 대장정 성공

  • 입력 2000년 12월 31일 17시 15분


“드디어 우리가 해냈다!”

한국의 최재웅(崔在雄·19·서강대 휴학중)군 등 지구촌을 대표하는 8명의 젊은이들이 9개월의 대장정 끝에 1일(현지시간 12월 31일) 지구의 최남단 남극점(South Pole)에 우뚝 서 감격의 환성을 토해냈다.

지난해 4월1일 북극점을 출발한 7개국 8명의 탐험대원들은 미국을 거쳐 안데스산맥 등 중남미 대륙을 관통한 뒤 이날 남극의 아문센기지에 도착해 2000년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2001년의 첫 해돋이를 뜨거운 가슴으로 지켜봤다. 이들이 자동차나 비행기 등 동력을 이용한 수송수단에 의존하지 않고 스키 자전거 카약 등을 타거나 그것도 아니면 걸어서, 즉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만 이동한 거리가 무려 2만4000km. 서울 부산을 27번 왕복하는 대장정이었다. 탐험가 로리 덱스터(57)가 이들을 이끌었다.

‘극에서 극까지 2000(POLE TO POLE 2000)’이라는 타이틀의 이번 모험은 영국의 세계적인 탐험가 마틴 윌리엄스가 기획해 성사시켰다. 그는 지난해 초 ‘변화를 위한 도전(Challenge to change)’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최초의 북극 남극 연속 종단에 참여할 젊은이를 모집했다. 전세계의 모험심 강한 청년 수천명이 도전했으며 한국 미국(2명) 일본 등 7개국 남녀가 최종적으로 선발됐다. 선발 기준은 영어 스키 컴퓨터실력과 여행경험 그리고 20㎏ 이상의 짐을 짊어지고 하루 8시간 이상 걸을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이 있는지 여부. 지난해 2월말 캐나다 밴쿠버 북동쪽 도시 ‘100마일의 집’에서 체력강화 훈련과 위성통신 장비 이용 교육을 받은 대원들은 4월1일 북극점을 출발해 40일간 북극지대를 누볐다.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하루 8시간씩 썰매를 끌고 이동하는 혹독한 여정이었다.

이들은 5월말 밴쿠버에 도착했으며 6월초부턴 자전거를 이용해 캘거리와 토론토를 지났다. 캘거리 TV방송에 출연해 인류가 직면한 환경과 기아 문제 등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고 환경 페스티벌에도 참여했다.

7월 초 미국 뉴잉글랜드에 도착한 이들은 뉴욕 워싱턴을 거쳐 로스앤젤레스까지 한달 반 동안 미 대륙을 횡단했다. 8월 중순 멕시코를 떠난 대원들은 과테말라 에콰도르 페루 등을 거쳐 11월 말 남극행 전초기지인 칠레의 푼타아레나스에 도착했다. 힘을 비축한 이들은 칠레를 떠나 12월3일 남극 대륙에 들어선 뒤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매일 수십㎞가 넘는 강행군을 지속한 끝에 1일 대망의 남극점에 도착했다.

최군은 지난해 12월29일 캐나다의 행사본부로 보내온 무선 메시지에서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며 “한걸음 한걸음이 매우 새롭다”고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종종 극도로 지쳐서 낙오할 뻔한 대원이 생기기도 했으나 격려를 아끼지 않은 동료들 덕분에 8명이 모두 남극점에 도달했다. 최군은 남극으로 출발하기 직전 아버지 최승훈씨와의 전화통화에서 “지쳐서 무척 피곤하지만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대원들은 탐험길에서 만난 시민과 청소년들의 메시지를 모아 작성한 ‘새 밀레니엄 인류선언’을 남극점에서 발표한 뒤 6일 푼타아레나스로 귀환한다. 탐험과정은 인터넷 사이트 www.pole2pole2000.com과 www.pole2pole.net를 통해 소개된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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