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홍역 환자들은 첫돌 전후에 백신을 접종했던 10세 전후의 어린이와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1세 미만의 아기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10여년 전 1차 백신 접종자 가운데 환자가 많은 것과 관련해 당시 백신의 효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홍역환자는 총 3만1180명(잠정집계)으로 1∼10월에 5533명이었던 환자수가 11월에만 1만917명, 12월에는 1만4730명으로 늘었다. 홍역이 크게 유행했던 1994년에 발생한 환자가 모두 7883명이었던 것에 비해서도 4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한림대의대 강남성심병원에는 지난해 9월 이후 홍역증세로 하루 10명 정도가 입원해 왔는데 지난주부터 환자가 다시 늘기 시작해 요즘은 매일 15∼20명이 입원하고 있다. 소아과 윤혜선과장은 “환자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대부분이고 2차 접종을 하지 않은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 광명시 준소아과의 경우 9월 이래 하루 전체 환자 140명 중 15∼20명이 홍역환자다. 최원준과장은 “환자 중엔 30대 남자도 있지만 대부분 초등학생”이라며 “환자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백신이 없어 많은 동네의원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10세 전후 환자가 많은 것은 이 연령대가 1차 접종만 의무화돼 4∼6세에 추가접종을 하지 않은데다 집단(학교) 생활로 인해 전염이 많이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홍역 추가 접종이 의무화된 것은 97년.
국립보건원 이종구(李鐘求)방역과장은 “실제로 홍역발생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작년 8월 개정된 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전염병 발생 신고가 의무화돼 신고가 늘어난 것이 홍역 발생 건수가 급증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과장은 또 “백신을 맞았는데도 홍역에 걸리는 것은 백신의 품질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1차 접종을 해도 10% 가량은 홍역에 걸릴 수 있고 2차 접종을 해도 1000명당 5∼10명은 걸릴 수 있다는 것이 최근 학계의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서울대 소아과 이환종(李煥鐘)교수는 “예전에는 홍역이 1년 한때 유행하다 사라졌지만 백신 보급으로 홍역바이러스가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면서 사시사철 사그라지지 않는 질병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보건원은 홍역 확산을 막기 위해 4∼6세 때 추가접종이 중요하다고 보고 재접종률 95%를 유지하기 위해 금년부터 초등학교 입학시 재접종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홍역이란〓홍역은 홍역바이러스가 옮기는 급성 전염병으로 피부 발진이 특징. 백신이 없던 시절 사망률이 30%에 이르던 무서운 질병이었으나 최근에는 기관지폐렴 중이염 뇌막염 등 합병증만 주의하면 사망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작년에는 홍역으로 환자 1명이 사망했다.
기본수칙 | 생후 12∼15개월 첫 접종, 4∼6세 추가접종 |
4세 미만. 첫 접종 안받았을 때 | 즉시 접종. 4∼6세 때 추가접종 |
4∼6세. 첫 접종 안받았을 때 | 추가접종 없이 한번 접종 |
7세 이전. 첫 접종 안받았을 때 | 소아과에서 진료받고 한번 접종 |
생후 12개월 미만이지만 홍역 유행할 때 | 9개월부터 접종(6개월부터 접종받아도 됨) |
보건소에 백신 없을 때 | 병의원에서 2만∼2만5000원 내고 접종 |
한번이라도 홍역 앓았다면 | 접종 필요없음 |
<정성희·이성주기자>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