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파산관재인 선임 사법부 권한 침해우려"

  • 입력 2001년 1월 7일 18시 00분


지난해 말 공포된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의 일부 조항이 파산 금융기관의 처리에 대한 사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법원이 직권으로 위헌심판을 제청,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주목된다.

서울지법 파산2부(재판장 이형하·李亨夏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29일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파산관재인으로 예금보험공사나 예보 임직원을 선임토록 규정한 공적자금관리특별법 제20조와 부칙 제3조의 위헌여부를 가려달라고 헌재에 제청했다.

재판부는 “파산법상 파산관재인은 법원이 임명하게 돼 있는데도 문제의 특별법 조항은 법원이 파산관재인의 적격 유무를 심사해 부적격자를 배제할 수 있는 권한을 박탈하고 있다”며 “이는 법원이 다른 행정기관의 지시를 받아 임명하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만큼 사법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예보는 파산재단의 최대 채권자로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으므로 다른 채권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상충될 경우 중립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예보나 예보측 임직원 1명 만을 파산관재인으로 임명, 법원의 감독 없이 파산재산의 관리 등을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임무를 위반하더라도 해임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것은 예보 이외의 다른 파산채권자들을 불평등하게 취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재정경제부와 예보는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하기 위해서는 예보 측이 파산관재인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재경부 "효율성 고려해야"▼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법원 의견대로 공적자금이 지원되는 금융기관의 파산관재인을 변호사 중심으로 선임하게 되면 절차가 너무 늦어져 공적자금을 다시 회수하는 데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보가 최대채권자로서 파산관재인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난해 법사위와 재경위에서 의원들이 충분히 논의해 통과시킨 법을 지금 와서 위헌이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예보 고위관계자는 “예보가 나서면 1년에 끝낼 일을 파산관재인 역할을 변호사에게 맡겨두면 10년이 걸린다”며 “법원이 제기한 평등성과 안정성에 다소 문제가 있다해도 특별법에 따라 예보가 파산관재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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