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는 물론이고 대통령, 야당 총재에 대한 평가가 지난해 10월 실시된 ‘국민체감지표 1차 동아여론조사’ 때보다 더 부정적이었으며 지지정당이 없다는 사람도 늘어났다.
국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52.2%가 ‘매우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잘못하고 있는 편이다’는 응답(43.6%)까지 합하면 부정적인 평가는 95.8%나 됐다. 특히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1차 조사 때의 46.3%에서 52.2%로 늘어나 부정적 평가의 강도가 더 높아졌다. 이는 민주당과 자민련의 ‘의원 꿔주기’ 파문과 국회의 새해 예산안 처리 등에서 나타난 실망스러운 모습이 국회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대해서는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58.8%로 ‘잘하고 있다’는 응답(40.1%)보다 훨씬 많았다. 1차 조사 때는 긍정과 부정이 각각 48.2%였다.
특히 40대 연령층에서는 71.7%가 김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해 다른 연령층보다 불만이 많았다.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에 대해서는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1차 조사 때의 68.4%에서 76.5%로 높아졌다. 특히 20대 젊은 층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80.3%로 높았고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 중에서도 47.3%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대통령과 이총재의 4일 청와대 영수회담에 대해서는 80%의 응답자가 ‘성과가 없었다’고 평가했고 ‘성과가 있었다’는 응답은 9.1%에 불과했다. 성과없이 끝난 영수회담에 대해 누구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38.2%가 김대통령, 24.2%가 이총재라고 응답했고 34.6%는 두 사람 모두라고 응답해 둘 다 책임이 있으나 이총재보다는 김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이른바 ‘의원 꿔주기’에 대해서는 ‘잘못한 일’ 38.4%, ‘있을 수 없는 일’ 22.9%로 61.3%가 부정적이었고, ‘불가피한 일’ 31.7%, ‘잘한 일’ 3.8%로 긍정적인 응답은 35.5%였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호남과 충청 지역에서도 부정적인 응답이 50% 정도로 긍정적인 응답보다 많이 나왔다.
DJP 공조 회복이 정국안정 및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에 대해서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42%로 가장 많았으며 ‘도움이 될 것’(28.3%)이라는 응답과 ‘도움이 되지 않을 것’(27.2%)이라는 응답이 비슷했다.
정당지지도는 민주당 16.6%, 한나라당 14.5%로 여야 모두 1차 조사 때보다 지지율이 내려갔고 지지정당이 없다는 응답자가 64.6%로 1차 조사 때의 59.2%보다 늘었다.
▼ 경제 ▼
경제 분야에 대한 조사에서는 개인적인 경제사정은 3개월 전보다 나빠졌다는 응답자가 늘어났지만 6개월 후의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전망한 응답자가 줄어 올 하반기 경제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극도의 불신을 보였다. 경제정책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13.4%에 불과했고 85.5%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반응은 3개월 전보다 3.9% 늘어난 것이다.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 중에서도 67.5%가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현재의 개인적인 경제사정에 대해서는 ‘좋지 않다’는 응답이 75.9%로 1차 조사 때의 69.8%보다 늘었으며 ‘좋다’는 응답은 23.9%에 그쳤다. 개인적인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는 응답은 지역별로는 대구 경북(81.2%) 광주 전라(79.8%) 지역에서, 직업별로는 농 임 어업(82.8%)과 생산직 근로자층(80.4%)에서 많았다.
빈부격차의 추이에 대해서는 ‘매우 커지고 있다’ 61.1%, ‘약간 커지고 있다’ 33.7%로 94.8%가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3개월 전과 비슷했다.
6개월 후의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좋아질 것’ 25.8%, ‘변함없을 것’ 38.3%, ‘나빠질 것’ 35.1%로 현재와 비슷하거나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높았지만 3개월 전에 비하면 비관적 전망이 53.2%에서 18.1% 줄었다. 낙관적 전망도 18%에서 다소 늘었다.
그러나 6개월 후의 물가에 대해서는 77.9%가 ‘올라갈 것’이라고 응답해 물가상승에 대한 불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변함없을 것’ 16.3%, ‘내려갈 것’ 5.3%를 보였다. 다만 물가가 ‘많이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가 3개월 전의 25.8%에서 15.1%로 줄어 6개월 후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6개월 후 경제에 대해서는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이 다른 직업 종사자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경제문제로는 ‘일자리 실업문제’(31%)와 ‘물가안정’(30.1%)을 많이 꼽았고 이어서 ‘기업 금융 공공부문 구조조정’(15.3%) ‘빈부격차 해소’(10.3%) ‘경제성장 지속’(8.3%) ‘주식시장 안정’(4.2%) 등의 순이었다. 남자, 특히 취업을 앞둔 대학생 응답자들은 일자리 실업문제를 우선적인 해결과제라고 많이 응답했다.
▼ 삶의 질 ▼
의료 치안 여가 복지 등 삶의 질을 이루는 기본적인 요소들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3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높았다.
의료서비스 환경에 대해서는 78.5%가 ‘좋지 못하다’고 응답했고 ‘좋다’는 응답은 21.3%에 그쳤다. 다만 의약분업으로 인한 의료계 파업이 심각했던 3개월 전에 비해서는 ‘좋지 못하다’는 응답이 약간 줄었다.
범죄나 치안 등에서 우리 사회가 안전한가에 대해서는 ‘안전하지 못하다’는 응답자가 78.3%나 됐고 21.6%만 ‘안전하다’고 응답했다. 정치불신, 경제불안이 가중돼서인지 ‘안전하지 못하다’는 응답이 3개월 전의 1차 조사 결과(71.5%)보다 늘었고 여자 고연령층에서 특히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나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도 ‘좋다’ 33.8%, ‘좋지 않다’ 65.6%로 부정적 평가가 더 많았고 도시지역보다는 읍면지역에서 불만이 많았다.
세금을 내는 것에 비해 사회복지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매우 낮다’ 20.7%, ‘낮은 편이다’ 67.1% 등 모두 87.8%의 응답자가 세금에 비해 사회복지 수준이 낮다고 응답했다. 여가환경이나 복지수준에 대한 불만은 1차 조사 결과와 비슷했다.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인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5.7%가 ‘살기 좋지 않다’고 응답했고, ‘살기 좋다’는 응답자는 24.2%였다.
삶의 질 분야에 대한 불만은 연령이 많을수록 높아서 50대 이상의 경우 84%가 우리 사회가 ‘살기 좋지 않다’고 응답했다.
최근 일어난 사건이나 현상 중에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좋지 않은 사건이나 현상으로는 구조조정(9.8%, 자유응답), 의료계 파업(9.7%), 정치불안(8.6%), 경제악화(7.9%), 실업문제(7.4%), 물가인상(7.0%), 노조파업(6.6%) 등이 지적됐다.
3개월 전과 비교하면 경제악화로 인한 구조조정과 이로 인한 실업, 노조파업 등이 보다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이민 갈 생각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럴 생각이 있다’는 응답은 44.5%로 3개월 전(43%)과 비슷했으나 20대 젊은층에서는 이민 갈 생각이 있다는 응답이 56%에서 62%로 늘었다.
<나선미동아미디어연구소전문위원>sunny6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