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첨단 지하철' 사고율 더 높다…5,7호선 1~4호선의 2배

  • 입력 2001년 1월 12일 18시 33분


20년 만의 폭설이 내린 다음날인 8일 출근길에 서울 지하철 7호선이 40여분간 운행중단된 사고가 났다. 사고 직후 5∼8호선을 관리하는 도시철도공사측은 “전차선 단전으로 브레이크가 풀리지 않은 단순한 운행장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아일보 취재진의 확인 결과 이 사고는 ‘단전’에 따른 ‘단순한 운행장애’가 아니었다. 사고는 폭설에 따른 갑작스러운 승차인원 증가에 견디지 못한 전동차와 공사측의 미숙한 대응이 불러온 ‘인재(人災)’로 밝혀졌으며 자칫 대형사고의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다.

도시철도공사의 한 관계자는 12일 “폭설로 객차당 승객이 많이 타는 바람에 전동차의 전원에 과부하가 걸려 전기가 나갔고 열차가 멈춰버린 것”이라면서 “사고 후 제동장치를 다시 푸는 과정에서도 기관사들의 응급조치 미숙으로 정차가 지속돼 혼란이 가중됐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7호선 사가정역과 용마산역에서 도봉산발 온수행 전동차 두 대가 갑자가 멈춰섰고 이 때문에 뒤따라오던 전동차 승객 1만여명은 지하에 갇혀 있어야 했다.

평소 지하철 객차당 평균 수송인원이 200∼300명인데 비해 사고가 난 차량의 경우 1개 객차에 400명 정도가 타고 있었다.

7호선 전동차는 지난해 11월에도 출근길 러시아워에 두 차례 고장을 일으킨 바 있다.

최신 기종의 전동차와 첨단 컴퓨터시스템에 의한 제어장치를 갖춘 지하철 5, 7호선의 사고율이 지하철 1∼4호선보다 높다. 지난해에는 1∼4호선이 5만3500여회당 1건의 사고가 난데 비해 5, 7호선의 경우 2만7100여당 1건으로 사고발생률이 1∼4호선의 2배였다.

한 관계자는 “이미 완료된 전력수급 시스템을 쉽게 고치기 어려운데다 새 노선의 전동차는 최첨단 컴퓨터 제어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전자부문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해결할 기술인력이 없어 오히려 재래 전동차보다 사고가 잦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도시철도공사의 간부는 “전동차 1량당 부품이 4만여개인데다 시스템이 자동화돼 일상점검을 통해 전자관련 부품의 이상유무를 알아내기가 어렵다”며 “시스템의 안정화기간이 3∼5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도시철도공사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직원이 대폭 줄면서 정비사들이 과거라면 2번 검사할 것을 1번에 그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독점적 공급 상태인 국산부품을 사용하도록 한 것도 잦은 고장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도시연대 시민교통환경센터 배기목(裵基*·대진대 도시공학과 교수)소장은 “새로 도입된 첨단제어시스템에만 너무 의존해 사고방지나 기술인력 확보에 소홀히 해온 측면이 있다”며 “시민의 안전도모라는 차원에서 효율적인 인력운용과 체계적인 교육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욱·박윤철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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