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민국당 김윤환(金潤煥)대표의 뇌물수수 혐의 결심공판에서 있었던 ‘국회의원과 뇌물’에 대한 변호인단의 주장이 화제다.
김대표의 혐의는 96년 신한국당 대표 시절 15대 총선 공천헌금 명목으로 두원그룹 김찬두(金燦斗)회장에게서 30억원을 받은 혐의 등 세 가지. 김회장은 이미 자신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에서 “공천을 부탁하고 돈을 주었다”고 진술한 상태다.
김대표의 변호인들은 우선 국회의원의 ‘직업적 특수성’을 강조했다.
“국회의원은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각종 청탁과 민원을 받는 등 청탁처리를 업(業)으로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변호인단은 이어 “이 때문에 돈 받은 시점과 청탁을 적당히 연결만 하면 거의 모든 후원금이 대가성을 띠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각은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있다.
“국회의원에게 평소 은혜를 입었다고 느끼던 사람들은 대부분 한번씩은 후원금을 내는 만큼 의원이 받는 돈은 친분관계가 있는 사람 사이에 주고받는 일종의 ‘부조금’으로 봐야 합니다.”
결국 국회의원이 받은 ‘부조금’은 일반 공무원들이 받는 ‘뇌물’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결론.
정치자금법과 뇌물수수죄의 법리를 전혀 새롭게 해석한 듯한 이 주장은 “국회의원이 받은 돈은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다.
이들은 특히 “30억원은 두 사람의 친분관계를 생각하면 그다지 큰 돈도 아니며 액수만 작았더라면 전혀 문제되지 않았을 돈”이라며 “김대표는 큰 정치를 통해 나라를 발전시키라는 뜻의 격려금으로 생각하고 받은 것일 뿐”이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날 변론이 계속되는 동안 한 방청객은 “일반 공무원은 몇 푼만 받아도 즉각 구속되는데 수십억원을 받은 국회의원은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고도 죄가 없다고 주장하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