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해 12월 한강대교에 ‘자살방지용 볼 베어링판’(사진)을 설치한 뒤 효과를 장담했지만 16일 또다시 ‘아치위 시위’가 발생하자 크게 당혹스러운 모습.
한국통신 부산지역 계약직원 박모씨(32) 등 5명은 이날 오전 10시경 용산구 한강대교 남단의 북단 첫번째 아치위로 올라가 고용안정 보장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1시간만에 다리아래로 내려왔다.
서울시는 지난달 다리 남단의 첫번째와 두번째 아치형 철제트러스 하단부 8곳에 가로 96cm, 세로 2m 규모의 볼 베어링판을 설치했다. 볼 베어링판에는 지름 12cm, 무게 1.2kg의 폴리에틸렌으로 제작된 공 128개가 촘촘히 박혀있다. 95년부터 다리 트러스 하단에 윤활유를 발랐지만 빗물에 씻겨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서울시는 인터넷 공모를 통해 ‘상용화’시킨 이 장치로 인해 한강대교가 서울의 대표적인 자살장소라는 ‘오명’을 벗게 됐다고 장담했었다.
하지만 채 한달도 안돼 교량시위가 ‘재연’되자 낭패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관계자는 “베어링판이 설치되지 않은 북단 아치로 올라갔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라며 “연말까지 다리 전 구간에 볼베어링판을 설치해 자살과 시위를 원천 봉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