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구호활동을 했던 독일인 의사 노어베르트 폴러첸씨(41·독일 NGO단체인 긴급의사회 소속 의사)는 13일 오후 관광을 이유로 판문점에 갔다가, 갑자기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을 시도했으며, 현장에 있던 JSA 경비병들에게 붙잡혀 한국 경찰로 넘겨졌다.
주한 독일대사관은 판문점에서 월북을 시도하다 체포된 독일인 의사 폴러첸씨의 행동에 대해 '월북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도필영 독일대사관 공보관은 "북한에서 추방당한 사람을 북에서 다시 받아주겠냐"면서 "폴러첸은 북한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을 언론에 알리기 위해 일종의 '쇼'를 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폴러첸씨는 지난 13일 체포되어 경기 파주경찰서로 옮겨져 조사를 받은 뒤 14일 주한 독일대사관으로 신병이 넘겨졌으며, 대사관측은 간단한 조사를 마친 후 폴러첸씨를 바로 대사관 밖으로 내보냈다.
외국인이 판문점에서 월북을 기도하다 붙잡힌 것은 처음이다.
유엔군사령부 관계자는 "13일 오후 판문점에서 독일인이 북쪽으로 넘어가려다 경비병들에게 붙잡혀 유엔사가 신병을 한국 경찰에 넘겼다"며 "그는 관광차 판문점에 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추방당한뒤 방한한 폴러첸은 지난 9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동아닷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조건없이 북한을 원조해서는 안된다. 반드시 모니터(구호품 분배 확인)를 하면서 지원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민들에게는 구호품이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구호품 분배과정이 확인되지 않고 전달된 구호품은 군인들과 그 가족들에게만 돌아간다"며 무조건적인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에서 헌신적인 의료활동을 한 공로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로부터 친선메달(일종의 훈장)까지 받았던 폴러첸은 9일 "구호품이 북한 인민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하는 것을 전제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친선메달을 받았기 때문에 북한측의 제지를 받지 않고 북한 전역을 다니며 의료활동을 펼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평양 이외 지역의 인민들이 굶주리는 등 비참한 생활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를 거론하자 활동반경이 평양 시내로 축소됐고 이후 북한 당국이 비자를 연장해주지 않아 북한을 떠났다"면서 "북한의 비자연장 불허조치를 사실상 추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건일/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