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서 보듯 불길이 워낙 거세 해군도 어쩌지 못하고 있다. 불이난 여객선 데모크라시호는 불에 잘 타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건조된 배라 일단 불이 붙으면 손쓰기 어려운 노릇이다. 뼈대만 남기고 깡그리 타버린 배는 불이 난지 2시간여 만에 침몰했다.
망망대해에서 여객선에 불이나 2시간 남짓만에 침몰했는데 어떻게 다친사람 한명 없이 승객과 승무원 65명이 전원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을까
이것은 해군의 역할도 역할이지만 배에 타고 있던 두 경찰관의 민첩한 판단 덕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승객과 승무원 65명을 태운 인천∼백령 항로의 초쾌속선 데모크라시2호(396t급)에 불이 났을 당시 여객선에는 인천 중부경찰서 대청도출장소에서 근무하는 정정익(28) 순경 등 경찰관 2명이 1층 객실에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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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순경은 인근 소청도로 파견 근무차 출장을 가던 길이었고, 다른 경찰관 박대형(27) 경장은 백령도에서 폭력행위 피의자를 육지로 연행하던 중이었다.
데모크라시2호가 대청도를 떠나 소청도로 가고 있을 때 정 순경은 객실 뒤쪽의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선박 후미의 기관실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기관 고장이라는 승무원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검은 연기가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한 정 순경은 자칫 불이 커지면 영하 10도를 밑도는 해상에서 모두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 순경은 곧 휴대폰으로 대청도 출장소에 전화를 걸어 화재 사실을 알리면서 해군 함정에 구조를 요청해 달라고 부탁했다.
불이 점차 커지면서 객실 내로 검은 연기가 밀려들어 오자 승객들은 비명을 지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정 순경은 박 경장과 함께 승객을 진정시키고 객실 앞쪽 출구로 차분히 대피시켰으며, 인근해역을 경비 중이던 해군 함정이 연락을 받고 5분만에 이 여객선에 도착했다.
정 순경과 박 경장은 어린아이와 여자승객을 우선적으로 함정에 옮겨 태운 뒤마지막에 함정에 올랐다.
인화성이 강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건조된 여객선은 화재 후 2시간여만인 오전 10시 45분께 침몰했다.
정 순경은 "선체가 타면서 유독가스가 선실에 밀려 들어오자 승객들이 무척 놀랐지만 의외로 침착하게 해군 함정으로 대피했다"며 "시민들을 위해 마땅히 봉사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사실을 신속하게 신고하고 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정순경을 1계급 특진시키기로 했다.
안병률/동아닷컴기자 mok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