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타고 고향가는 7가족의 기구한 사연

  • 입력 2001년 1월 17일 18시 39분


생후 8개월인 현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22일 할아버지를 뵈러 목포에 간다.

현지는 ‘폼나게’ 헬리콥터를 타고 간다. 아빠가 높은 사람이나 부자라서가 아니다. 몸이 심하게 아파서다. 현지는 뇌출혈 황달 간염 등을 앓는 아기 중환자. 기차나 승용차를 타고 긴 여행을 하기 어렵다. 현지가 아픈 몸을 이끌고 목포에 가는 이유는 아빠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한 약속 때문이다. 현지가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았을 때 아빠는 마냥 울고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굳게 약속했다. 현지를 고향에 데리고 가서 웃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겠노라고.

이런 사연을 현지 아빠가 ‘헬기로 고향 보내주기’행사를 하는 삼성생명과 라이코스코리아에 적어보냈더니 인천에서 목포까지 헬기로 데려다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설에도 근무해야 하는 경찰관 남편을 가진 임신 8개월의 황춘금씨. 작년 추석 때 교통사고를 당해 큰 수술을 받은 건휘 아기. 5형제 중 3형제가 진행성 근이양증이라는 병 때문에 걸음 걷기가 불편하지만 올해는 꼭 한자리에 모이고 싶다는 이관석씨. 가난 때문에 결혼한 뒤 5년 동안 부인을 한번도 고향 우도에 못 보내줬다는 김형달씨 등. 모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고향에 갈 수 없는 일곱 가족이 헬기로 고향을 찾는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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