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는 ‘폼나게’ 헬리콥터를 타고 간다. 아빠가 높은 사람이나 부자라서가 아니다. 몸이 심하게 아파서다. 현지는 뇌출혈 황달 간염 등을 앓는 아기 중환자. 기차나 승용차를 타고 긴 여행을 하기 어렵다. 현지가 아픈 몸을 이끌고 목포에 가는 이유는 아빠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한 약속 때문이다. 현지가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았을 때 아빠는 마냥 울고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굳게 약속했다. 현지를 고향에 데리고 가서 웃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겠노라고.
이런 사연을 현지 아빠가 ‘헬기로 고향 보내주기’행사를 하는 삼성생명과 라이코스코리아에 적어보냈더니 인천에서 목포까지 헬기로 데려다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설에도 근무해야 하는 경찰관 남편을 가진 임신 8개월의 황춘금씨. 작년 추석 때 교통사고를 당해 큰 수술을 받은 건휘 아기. 5형제 중 3형제가 진행성 근이양증이라는 병 때문에 걸음 걷기가 불편하지만 올해는 꼭 한자리에 모이고 싶다는 이관석씨. 가난 때문에 결혼한 뒤 5년 동안 부인을 한번도 고향 우도에 못 보내줬다는 김형달씨 등. 모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고향에 갈 수 없는 일곱 가족이 헬기로 고향을 찾는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