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총 마구잡이 유통 실태]전과자-정신질환자도 쉽게 구입

  • 입력 2001년 1월 17일 18시 50분


사람까지 살상할 수 있는 공기총이 마구 팔리고 있다. 그것도 유통과정에 대한 당국의 관리 소홀로 정신병력자나 범죄전과자마저 쉽게 손에 쥘 수 있는 상황이다.

아직은 미국만큼 위험한 실정은 아니지만 이대로 갈 경우 우리 사회도 머지않아 심각한 상황에 놓일지 모른다.

공기총이 범죄에 이용될 경우 외국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총기 살인’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관련기사▼

- 전과 밝히자 "친구이름으로 사라"

▽공기총 범죄〓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해 12월30일 사격연습용 타케트1 공기권총을 이용해 아파트 경비실에서 인질 강도를 벌이던 홍모씨(28)를 붙잡았다.

홍씨는 30일 오후 8시경 서초구 반포동 S아파트 이모씨 집을 털려다 경찰이 출동하자 아파트 경비실에서 이씨의 딸(17)을 인질로 잡고 30분동안 경찰과 대치했다.

붙잡힌 홍씨는 경찰조사에서 “강도 짓을 하기 위해서는 총이 필요할 것 같아 총포상에 알아봤더니 절차가 간단해 1주일만에 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개인 소지 가능한 공기총 관련사항
종류유효사거리위력가격
수렵용 5.0구경(국산)80∼100m노루 등 산짐승 사살 가능65만∼100만원
수렵용 5.0구경(외제)약 40m토끼 등 작은 짐승 사살 가능160만∼180만원
수렵용 4.5구경40∼80m꿩 등 조류 사살 가능50만∼80만원
사격 연습용 4.5구경 공기권총15∼30m작은 짐승 사살 가능180만∼200만원

취재 결과 홍씨의 말대로 신체검사 진단서와 신분증 및 증명사진 등 간단한 서류만 제출하면 총포상에서 쉽게 총을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과자나 정신질환자도 편법으로 공기총을 구입할 수 있는 실정이다.

▽관리 소홀〓 엽총 등 화약총의 경우 일반인이 총을 구입하더라도 평소에는 총을 경찰(파출소)에 맡기도록 돼 있다. 수렵철인 11∼2월 낮에만 총을 사용할 수 있으며 밤이 되면 다시 파출소에 반납해야 한다.

따라서 화약총의 경우 경찰은 판매된 수량과 허가기간 등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 관리하고 있다.

반면 총을 산 사람이 기간에 상관없이 항상 소유할 수 있도록 정해진 공기총에 대해서는 경찰은 사실상 관리를 포기하고 있는 상태. 경찰은 공기총에 대해서도 새로 구입할 때는 허가를 내주고 있으나 절차가 형식에 그쳐 경찰서별로 매년 몇 건이 허가돼 몇 점의 총이 유통됐는지조차 집계하지 않고 있다. 공기총의 경우 일선 경찰서에서 총기구입 신청을 불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총기 허가를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국내 공기총은 화약총과 마찬가지로 원거리에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어 범죄에 사용될 경우 치명적”이라며 “법 제도의 정비 및 공기총 유통에 대한 관리 강화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완배·최호원기자>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