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찰이 외국에서 현지 경찰과 함께 한인 범죄조직을 단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범죄혐의〓경찰청은 25일 과테말라에서 ‘서방파’라는 폭력조직을 결성해 총기 등을 가지고 다니며 교민들이 운영하는 40여개 업체로부터 보호비 명목으로 41만여달러를 빼앗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로 고모씨(34) 등 4명을 구속하고 강모씨(28)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총기불법소지 등의 혐의로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고씨의 배후조종자 정모씨(53)와 조직운영담당자 윤모씨(34) 등 2명을 인도받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 등은 99년 2월 국내 폭력배 6, 7명과 함께 과테말라에 입국한 뒤 같은 해 5월부터 봉제업과 의류판매업을 운영하는 교민들에게 ‘업체와 한인회 등을 보호해주겠다’며 21만달러를 빼앗고 교민 50여명에게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술집 회원카드를 장당 3000∼5000달러씩에 강매해 20여만달러를 빼앗은 혐의다. 이들은 또 지난해 2월경 조모씨(23·여) 등 국내 여성 5명에게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밤에는 술집에서 서비스만 하면 된다’고 유인해 과테말라에 있는 자신들의 유흥주점에 취업시킨 뒤 감금 폭행하고 윤락행위를 강요하며 화대 5000여만원을 주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공포에 떤 교민사회〓경찰조사결과 이들은 당시 한인회장인 석모씨를 몰아내 달라는 정씨의 부탁으로 과테말라에 간 뒤 한인회장 선거에도 개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제7대 한인회장 선거에서 교민들을 위협해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당선시켰다. 그러나 3개월 뒤 교민들의 항의로 새 회장을 뽑자는 움직임이 일자 영사가 참석한 대책회의장에 들어가 “대사관 직원이라면 겁낼 줄 아느냐. 대사관보다 내가 더 힘이 세다”며 공무집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5000여명의 교민은 이들이 몸에 문신을 새기고 차량에 야구방망이 등을 싣고 다니며 협박과 폭력을 일삼자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현지에서 윤락을 강요당하던 조씨가 지난해 5월 국내로 탈출해 경찰에 신고한 뒤 우리 경찰의 수사 끝에 덜미가 잡혔다.
현지 한국대사관은 이들의 범죄행각을 알고 있었음에도 지난해 5월초에야 국내 경찰과 현지 경찰에 통보해 교민보호업무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