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쟁점토론]인터넷 성인방송 자율규제

  • 입력 2001년 1월 26일 18시 35분


《음란성의 위험 수위를 넘나들던 성인 인터넷방송 관계자들이 최근 무더기로 구속되면서 출범 이후 끊임없이 제기돼온 성인 인터넷방송의 자율규제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자율규제에 찬성하는 측은 사업 초기에 과도한 경쟁으로 일탈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기존의 음란물 규제법을 넘는 강제 규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하는 측은 그동안 확장의 논리로만 옹호돼온 성인 인터넷방송이 이제는 통제의 논리로 평가받아야 할 때가 왔다며 질적 확장이 고려돼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 찬성/정부 나설땐 표현의 자유 위축 ▼

최영(한국외국어대 교수·신문방송학과)

성인 인터넷방송은 과도한 벗기기 경쟁 끝에 관련 업체들이 공멸할 수도 있는 위기를 맞게 됐다. 비즈니스 모델이 부재한 인터넷방송 업계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아이템의 하나로 인식된 성인 인터넷방송 분야에 너도나도 뛰어들어 무제한의 자유를 맛본 뒤에 찾아온 결과다. 이제 성인 인터넷방송에 규제가 필요한지, 규제를 한다면 어떤 형식을 취해야 할지를 정리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사실 규제와 관련해 몇년 전부터 학계와 관련업계에서는 많은 논의가 이뤄져 왔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인터넷방송이 무엇인가 하는 개념 정의에서부터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 변화하는 음란물의 기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변수가 문제해결의 걸림돌이 돼왔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인 인터넷방송 역시 일반 인터넷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규제’를 바탕으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자율 규제의 원칙에 따라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들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규제의 주체는 정부가 아닌 업계 스스로, 혹은 제3의 기관이 돼야 하며 이에 대한 재원 조달책임은 정부와 업계가 공유해야 할 것이다.

실천가능한 자율 규제의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업계 자체 혹은 제3자에 의한 등급제는 부분 검열의 가능성을 줄이면서 무분별한 성인 인터넷방송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콘텐츠에 대한 통제권을 규제기관에서 개인에게 이전할 수 있는 필터링도 대표적인 자율규제 방법이다. 핫라인을 개설해 소비자 고발에 따른 정부 개입을 유도할 수 있고 이른바 인터넷 윤리실행강령을 통해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최소한의 기준을 제공해 보편적 가치관을 보호하고 사업의 자유와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다.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끄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모범사례를 확인해주는 화이트리스트나 국제적 협력 및 연대도 자율규제의 울타리 안에서 적절히 활용될 수 있다. 이는 물리적 제약이 없는 인터넷의 특성을 선용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런 느슨한 자율규제에 반대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는 이미 음란물과 관련해 다양한 법적 규제 장치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많은 성인 인터넷방송 업자들이 구속되지 않았는가. 과도한 타율규제보다는 자율규제가 공급자 규제로부터 소비자 보호로 이행하는 21세기 탈규제 패러다임에 걸맞은 장치다.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은 정부의 직접 규제로 인해 통제될 수도 있는 언론 표현의 자유는 보호돼야 할 가치라는 점이다. 음란물의 확산을 저지하는 것만큼이나 표현의 자유 또한 소중하다는 사실이 묻혀서는 안된다. 외국의 인터넷 음란물 관련 세부 규제 법안들이 줄줄이 폐기처분되는 것도 음란물이 좋아서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 반대/음란성 확산 뻔해… 적극 통제를 ▼

김유정 <수원대 교수 언론정보학>

인터넷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무제한으로 퍼지는 특성 때문에 한때 규제와는 무관한 매체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예외는 없다는 것이 차츰 실증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 출현 이후 사람들은 그 경이로운 위력에 매료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에 급급했었다. 후속물인 인터넷방송 역시 차세대 방송으로 화려한 각광을 받으면서 오직 확장의 논리만 적용되었다. 인터넷방송과 같은 새로운 매체가 제공해 주는 새로운 기능의 중요성은 항상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특정 매체가 발전 과정을 통해 상업적인 면을 추구하면서 수용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숱하게 지켜봐 왔다.

성인 인터넷방송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성인문화 육성이라는 취지에 따른 당초의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와 오락 제공 목적에서 일탈해 음란성만 강조되는 불건전한 내용을 여과없이 전달함으로써 그 자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게 됐다. 성인 인터넷방송을 통해 전달되는 음란 내용은 예술적, 문학적, 심지어 오락적 가치조차 없는 단순한 음란 취미를 자극하고 명백하게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내용일 뿐이다. 따라서 그동안 확장의 논리에 따라 인터넷방송을 수용하는 태도에서 이제는 통제의 논리로 인터넷방송을 평가할 시점에 온 것 같다.

인터넷방송에 대한 타율 규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인터넷의 특성을 든다. 그러나 인터넷방송이 강력 규제돼야 하는 이유 또한 인터넷의 특성 때문이다.

첫째, 인터넷상에서는 개인의 정보발신이 용이한 반면 송신자측에서는 프로그램에 대한 윤리의식이 결여돼 있어 무책임하고 위법적인 내용이 유통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둘째, 익명성 때문에 청소년들의 접근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유해한 정보가 들어있는 사이트가 삭제돼도 다른 서버로 쉽게 복사해 전파될 수 있으므로 인터넷상의 정보는 계속 유통된다. 넷째, 인터넷에는 영역 구분이 없기 때문에 어떤 나라가 유해정보의 유통을 금지시키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허용되면 그 정보는 계속 유통된다. 다섯째, 특정한 정보제공자가 유해정보의 발신과 그런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더라도 다른 제공자를 통해 유해정보를 발신하고 유통시킬 수 있다.

특히 성인 인터넷방송에서 제공되는 음란한 내용들이 인터넷 특유의 전파성과 은밀성에 편승해 계속 악용될 경우 그 파급력은 막중할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매체는 계속 확장될 것이다. 성인 인터넷방송을 자율 규제에 맡기자는 것은 고상한 언어의 유희일 뿐 사태를 악화시키기만 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성인 인터넷방송은 적극적으로 통제돼야 한다. 이는 인터넷의 확장 무드에 이의를 제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확장이라는 시대적 추세 속에서 양적 확장만 강조하기보다는 질적 확장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의도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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