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불똥 확산]국내 쇠고기사용 급감·유럽 40만마리 도살

  • 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33분


▼국내…쇠고기 사용 급감 녹용매출 절반 '뚝' ▼

《시민들이 광우병 파동으로 떨고 있다. 음식점 손님들은 쇠고기를 안먹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외식업체나 식원료 공급업체들은 광우병 불똥이 매출감소로 이어지고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의원에선 환자들이 녹용을 처방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골 사태 등 설렁탕 원료를 음식점에 공급하는 P식품은 최근 몇 달 새 월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

P식품측은 “음식을 먹고 탈이 나면 1억원을 배상하는 보험에 가입했고 의학적으로 ‘인간광우병’을 일으킬 위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파동이 가라앉지 않으면 업종을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외식업체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럽연합(EU)이 티본 스테이크나 안심 스테이크 등 인기 부위의 판매를 금지시킨다고 알려지면서 대형 외식업체들은 자사 음식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 베니건스측은 “아직까지 매출에 큰 영향은 없지만 최근 쇠고기를 어느 나라에서 들여오는지를 묻는 손님이 부쩍 늘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업소는 광우병과 무관한 호주산 쇠고기를 쓴다는 내용의 포스트를 제작, 업소마다 부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며 이를 위해 호주축산협회에 쇠고기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보증서를 요청한 상태.

녹용의 매출액도 뚝 떨어져 한의원의 녹용 처방은 20% 이상 줄었다.

부천 명가한의원 손영태(孫榮兌)원장은 “국내에서 캐나다산과 알래스카산 녹용은 약효를 인정하지 않는데 캐나다산이 문제가 되자 국산이나 뉴질랜드산 등 ‘진짜녹용’에까지 파장이 미쳐 녹용을 처방하지 말라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녹용 소비량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뉴질랜드양록협회에선 주한대사관에 지난해말 ‘뉴질랜드 녹용은 광록병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공문까지 보냈지만 녹용 기피현상은 줄지 않고 있다.

인천의 한약재료 판매상인 D사는 한달에 4000만원 정도의 녹용을 팔았지만 경기 한파에 광우병 파동까지 겹쳐 최근 2000만원어치도 못팔고 있다. 서울 경동시장의 국산녹용직판장 이덕신(李悳信)대표는 “국산 녹용은 해당되지 않는데도 녹용 판매량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성주·박윤철기자>stein33@donga.com

▼유럽…독일 "소 40만마리 도살 계획"▼

《독일과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확산되고 있는 광우병 파동이 대규모의 소 도축사태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레나테 퀘나스트 독일 농업장관은 지난달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당초 생후 10개월 이상된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실시할 방침이었으나 광우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 우려가 있는 30개월 이상된 소 40만마리를 모두 도살키로 했다”고 밝혔다.》

퀘나스트 장관은 “현재 마가린과 안심스테이크 등 주요 식품을 통한 광우병 전염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10개월 이상된 모든 소를 검사할 경우 시일이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같이 방침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독일 농업부는 소 도살의 모든 권한을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식품관리청에 위임키로 했다.

소 40만마리를 도살하는 데 드는 비용은 축산업자의 피해 보상과 폐기에 드는 것까지 포함해 16억마르크(약 9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소 1만5000마리를 도살한 프랑스는 독일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광우병 전염 우려가 있는 소 4만8000마리를 추가로 도살할지를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와 영국 등에서도 대규모의 도살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광우병 검사장비를 구하지 못한 포르투갈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도 검사 대상이 된 소들을 모두 도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96년 1차 광우병 파동 때 영국에서 85만마리가 도축되는 등 EU 전체에서 460만마리가 도살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프란츠 피슐러 유럽연합(EU)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광우병의 실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광우병 퇴치를 위해 EU와 각국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특히 EU가 지난달 29일 광우병 전염 우려가 있는 소의 등골(척수) 등 티본스테이크와 안심스테이크 등 인기 쇠고기 제품을 판매 금지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축산업자는 물론 도매업 요식업 유가공업체 등에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독일 농민들은 당국의 소 도살 결정에 항의해 30일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해외 여행객 검역강화…농림부 광우병 대책▼

농림부는 31일 광우병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해외 여행객에 대한 공항과 항만 검역을 강화하고 수입 쇠고기와 그 부산물에 대한 검사를 철저히 시행하기로 했다.

특히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국제위생규약에 따라 소 부산물 가운데 현재 국내 수입이 허용된 우유와 유제품, 소가죽 등 3개 품목에 대해서도 광우병과 관련성이 확인될 경우 즉각적인 금수조치를 취하기 위해 관련 정보 수집 작업에 들어갔다.

또 신경이상 증상을 나타내는 24개월 이상 국내 사육 소에 대해 실시하는 광우병 검사를 연간 600마리에서 더 늘릴 방침이다.

농림부는 아울러 미국과 호주 등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나라에서 개와 닭, 돼지 등의 사료용으로 수입된 육골분(肉骨粉)사료가 소와 양 같은 되새김 가축의 사료로 사용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골분사료 사용처에 대해 추적조사를 하도록 각 시도에 지시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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