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선 담배값을 더 올려야 한다. 청와대 내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달라.”(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
김대중 대통령이 31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과 나눈 대화.
대통령이 세수(稅收)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범국민적 금연운동을 펼칠 뜻을 밝힌 것은 사실상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대통령은 특히 간접흡연의 폐해를 지적하며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을 당부했다.
한동안 잠잠했다가 다시 부쩍 늘어난 방송 연기자들의 흡연장면도 도마에 올랐다. 김대통령은 “TV에 출연한 연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장면이 나오지 않도록 절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원장은 “우리나라 성인남자의 흡연율이 세계 최고수준(68%)인 것은 담배값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라며 담배값을 현실화해 흡연인구를 줄여줄 것을 요청했다. 또 청와대가 앞장서 경내를 금연구역으로 선포하고, 국회의원 등 선거직은 재산 병역뿐만 아니라 흡연량도 공개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지난해 애연가들이 낸 담배 관련 세금은 부가가치세를 빼고도 3조1000억원. 지방세인 담배소비세와 교육세가 각각 2조원, 1조1000억원 걷혔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